[앵커]
동물원에서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 때도 그랬고, 관람객 눈높이에만 맞춰진 동물원이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오늘(7일) 밀착카메라는 콘크리트 우리가 아닌 흙에서 동물들이 살고, 동물쇼도 없는 동물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충북 청주의 한 동물원입니다.
바깥에서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없는 것이 많은 특별한 동물원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한번 관람객이 돼서 무엇이 없고, 무엇이 다른지 돌아보겠습니다.
인기 동물인 코끼리도, 기린도 이곳엔 없습니다.
대신 가까스로 구조된 야생동물과 멸종 위기동물이 모여 있습니다.
[김정호/청주동물원 수의사 : 오소리 저 친구는 충남에서 온 친구예요. 얘 이름이 있어요. 군밤이요.]
강원도 철원에서 구조된 멸종위기종 1급 산양은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비뚤어진 부리를 가진 독수리 '하나'는 6년 전 동물원에 왔습니다.
[김정호/청주동물원 수의사 : 아사 직전에 발견된 친구거든요.]
이곳에선 관람보다 치료가 먼저입니다.
동물도 아프면 병원에 가서 CT나 MRI를 찍습니다.
이곳이 바로 동물들의 신체를 촬영하는 공간입니다.
이쪽엔 CT를 찍는 기계와 초음파를 촬영하는 장비가 있어서 혹시나 동물이 이물질을 삼키지 않았는지 조직은 건강한지를 살펴봅니다.
동물들은 숨고 싶을 때 숨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습니다.
이곳에 붉은 여우 네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에 보면 여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닥을 보면 여우가 땅굴을 파 놓은 흔적이 있습니다.
여우가 있는 거 같긴 해서 제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저쪽에 나무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는 여우가 보입니다.
[김정호/청주동물원 수의사 : 옛날에는 좁은 케이지에 숨을 곳이 없게 만들어 놨었죠.]
이렇다 보니 동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곰) 없는데? 있다 있어!]
5년 전만 해도 이곳은 평범한 동물원이었습니다.
[김권식/청주동물원 사육사 : (원래는) 전형적인 과거 동물원에서 가두고 키우는 형태. 그렇죠. 목욕탕.]
변화는 '곰 세 마리'에서 시작됐습니다.
2018년 농장에서 구출된 반달가슴곰들이 오면서 비좁았던 우리를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동물원에서 온 수달 가족도 이제 넓은 연못에서 수영을 합니다.
이곳엔 흔한 동물쇼도 없습니다.
대신 사람과 소통하는 훈련을 합니다.
[홍성현/청주동물원 수의사 : 지금 방금 호루라기 소리 들으셨어요? 원하는 행위를 했을 때 신호를 주고 그리고 그 네가 하는 행위가 받아들여졌다.]
아이손을 잡고 온 어른들도 달라진 동물원 풍경이 반갑습니다.
[서미소/청주 사직동 : 좀 갇혀있다, 동물들 좀 불쌍하다 이런 인식이 많은데 (여기는) 좀 안심이 되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미끄러운 시멘트 바닥은 흙으로 바뀌었고 좁은 우리 안에 있던 동물들은 숲에서 뛰놀게 됐습니다.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원섭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정의서)
권민재 기자 ,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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