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이광연 앵커
■ 출연 : 강민경,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Q]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점차 줄고 있는 한국의 노동력, 그 자리는 주로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과연 이들의 처우를 제대로 보장해주고 있을까요?
[앵커]
YTN은 지난 사흘 동안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강민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같은 한국, 다른 인권. 오늘 이 문제를 주로 다룰 텐데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일단 외국인들, 어떤 제도로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게 되는지 숫자로 알아볼까요?
[기자]
일단 인원수부터 말씀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단 고용노동부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 체류 인원은 올해 7월 기준 40만 3천여 명으로 계산하고 있는데요. 이 인원수는 두 가지 비자, 즉 E-9과 H-2라는 두 가지 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산출하고 있습니다.
[기자]
일단 H-2는 조선족 등 일부 동포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비자니 특수한 경우로 한정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국인 비자는 E-9 비자가 핵심입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라는 정부 제도의 통제를 받는데, 쉽게 이이야기하면 정부가 알선해주는 일터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알선해준 곳에서 일을 한다는 건 다른 말로, 정부가 '지정해준' 곳에서만 일을 한다는 뜻인데요. 물론 노동자의 의사에 따라 최대 3번까지 일터를 옮길 수 있긴 한데 이게 제한이 많습니다. 이동하는 곳 역시 정부가 알선해주는 곳으로 가야만 하는 데다가 노동자의 귀책 사유는 없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업주가 반드시 동의해줘야 합니다. 사실상 노동자들의 자율적 선택권은 없다시피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정부는 이 제도를 2004년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유지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가파르게 줄어드는 노동 인구를 메꾸기 위해, 내년엔 이주노동자를 더 늘리겠다, 최대 12만 명까지 더 고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를 더 늘리기 전에, 지금 한국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노동권부터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문제 의식에서 이번 보도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정부가 알선해 준 곳만 일할 수 있고 또 이동하려면 사업주의 동의도 필요한 부분들도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드러나던가요?
[기자]
다양한 문제점이 있기는 합니다. 폭행이나 다양한 문제가 있기는 한데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임금체불입니다. 모두 다 돈을 벌러 들어온 상황인데 정작 돈을 못 받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요. 물론 국내 노동자들도 겪는 문제지만 우리는 우선 말이 통하잖아요. 그러니까 정부 기관에 찾아가서 여러 항의를 할 수도, 고소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의 상당수는 한국어를 구사할 수 없는 분들이고 그렇다고 이들을 위한 통역 시스템이 갖추어졌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겁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노동자는 일터를 떠날 수가 없어요. 우리 한국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임금이 밀리면 당장 먹고 살아야 되니까 다른 일터를 찾아 떠날 수도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 같은 경우에는 방금 설명드렸던 고용허가제 문제 때문에 일터를 아예 옮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지역으로 내려가면 사업주가 보통은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기숙사 비용을 임금에서 어느 정도 깎고 시작하는 건데 주거지가 얽혀 있다 보니까 공간을 더욱 떠날 수가 없어집니다. 실제 저희가 보도를 준비하며 만났던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두 명은 각각 900만 원 넘게, 천2백만 원이 밀린 채 계속 깻잎 농장 일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 사장님이 약속하긴 했어요. 밀린 임금 한 주에 100만 원씩 주겠다고,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973만 원 정도 못 받았어요.]
[기자]
이런 이주노동자의 임금 체불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서, 2019년 이후엔 체불 규모가 매년 천억 원을 넘기고 지난 해에는 천233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액수는 그나마 '신고된 임금체불' 사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고요. 말도 못하고, 신고도 못 한 임금 체불 사례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앵커]
아까 이주노동자께서 사장님이 야속하다면서 밀린 임금을 한 주에, 1주에 100만 원씩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고용허가제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정부가 외국인노동자의 보증을 서준다, 이런 의미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습니까? 효과가 없는 건가요?
[기자]
일단 당연히 정부가 보증을 하면서 이들을 데려왔으니까 이들의 임금체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 않은 건 아니고 제도를 마련해 놓기는 했는데요. 문제가 제도는 있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좀 더 안 좋은 건데요. 제도가 있으니까 정작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말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제도 같은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임금체불보증보험과 간이대지급금인데요. 임금체불보증보험 제도는 말 그대로 보험을 들어주는 건데, 문제는 금액이 너무 적습니다. 한도가 4백만 원밖에 되지 않고요. 아까 깻잎 노동자 같은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가 없고요. 이마저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한 사업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돈을 받기 어렵습니다.
또 근로복지공단이 보장하는 '간이대지급금'은 금액은 수천만 원까지 보장해준다지만, 사용처가 너무 한정적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엔 적용되지 않은데,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사용하는 곳이 영세 사업장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절반 가까이가 지금 5인 미만 사업장이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지금 간이대 지급금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앵커]
지금까지 약 20년 정도가 유지되고 있는데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목소리는 어떻습니까?
[기자]
고용허가제에 대한 갑론을박은 계속 이어져왔지만, 결과적으로 말하면 당장은 바꾸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2021년 헌법재판소가 7대 2로 고용허가제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체류자로 바뀌지 않게,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헌재의 판단인데요. 두 번째로는 이주노동자가에게 자유를 주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용자는 국내인이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사업장 운영이 어렵다는 말도 덧붙이며 사업주 편의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논리가 재밌는데요. 일단 마지막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쉽게 미숙련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비자를 받을 수 있게 한 것는 한국이 어느 정도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강조를 했는데요. 그러니 한국에 들어와서는 더 강한 규제를 받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 인권단체에서는, 이런 이유로 고용허가제를 유지한다고 하면 적어도, 외국인 노동자가 폭행이나 임금 체불을 당했을 때 이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안전망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편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창구라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인권을 제한하는 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편의시설을 충분히 갖춰 달라, 이런 얘기인데 정부는 이 '편의 시설'마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없애고 있다고 들리더라고요.
[기자]
일단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지금 하고 있잖아요. 여기서 정부가 새롭게 결정한 내용인데요. 일단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대표적인 편의 시설은 전국에 9개 거점을 둔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고용노동부의 위탁과 예산을 받아 민간 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곳인데요. 다만 민간 기관이면 예산을 착복하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이 실제로 있기는 한데 사실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저도 걱정스러웠었는데 직접 찾아가보고 놀란 측면이 있었거든요.
현지에서 온 이주민을 중심으로 10여 개가 넘는 언어 구사자들이 각국 외국인 노동자들과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요. 한국어 교육이나 문화 교류 행사를 넘어서 외국인 노동자들 같은 경우에는 보험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가는 이들을 위한 건강 검진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 이 곳을 이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니까 '정말 고마운 곳'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모함마디 이클라트바트 / 파키스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 : (한국에 온) 모든 파키스탄 사람이 이 센터를 알아요.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센터에 전화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기자]
일단 이 센터의 또 다른 특징은 일요일에 문을 종일 연다는 거거든요.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뭐냐 하면 외국인 노동자들 같은 경우에는 보통 토요일까지 계속 일을 하니까 이들의 편의를 보장해서 유일하게 쉬는 일요일에라도 찾아올 수 있도록 운영을 하는 구조로 세부적인 편의를 봐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7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내년에 전액 삭감하겠다고 결정한 상황입니다. 현재 외국인 지원센터는 상담 역할만 하게 되는데, 이를 행정기관인 지방고용노동청과 산업인력공단에 나눠 맡기면 사실상 문제없지 않냐, 센터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인데요.
그러나 제가 현장에서 만난 1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낯선 땅 대한민국에서 자기들만을 도와주기 위한 공간이 있다는 데서 큰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일요일 쉬는 날 한글을 배우러 센터를 찾아오거나, 아니면 단순히 그냥 동포들하고 얘기를 하고 싶다라고 하며 센터에서 자원봉사라도 하고 돌아간다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작은 지역사회 모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건데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늘리겠다는 정부가 정작, 외국인 노동자들의 감정적 안식처마저 없앤다는 결정을 내리는 게 씁쓸합니다.
[앵커]
한 열 분 정도를 현장에서 만나기도 했고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현장 취재도 했기 때문에 강 기자가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을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자]
취재 과정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많이 들은 말이 뭐냐 하면 임금 체불이나 폭행 문제 다음으로 언급되는 건 바로 '시선'이었습니다. 골목에서 나를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말씀도 많이 하셨고요.
뭘 물어보려 해도 경계부터 하거나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비하 발언도 한다는 말이 많았는데요. 당장 저희가 3일 동안 보도한 기사 내용 중에서도 상당수는 어차피 돈 벌러 왔으면서 왜 이렇게 요구를 많이 하냐, 날 선 비판이 많았던 게 현실입니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금만 더 따듯하게 이 문제를 바라봐주셨으면 합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심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결과적으로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시간이 갈수록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게 되는 상황이거든요.
개발도상국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은,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결코 편안하거나 인권 보장 친화적인 곳이 아니었고 오히려 냉정하고 비정한 쪽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당장 고용허가제를 없애자,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다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과거 경제 개발 시기에 외국인 노동자로 일해야 했던 아픈 역사도 가진 나라잖아요. 그런 만큼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히 '노동력'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한 명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이번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앵커]
같은 한국, 다른 인권에서. 같은 한국, 같은 인권으로 가는 과정도 있기를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강민경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 정정합니다. 기자의 발언 중 외국인 근로자 체류 인원은 30만 4천여 명이 아닌 40만 3천여 명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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