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티몬과 위메프 사태의 장본인, 구영배 큐텐 대표가 구속 기로에 섰는데, 업체들 피해가 커진 건 구 대표 책임이 크지만 은행들 역시 책임이 적지 않단 지적입니다. 은행들이 한도를 크게 늘려 업체들에게 대출을 독려하고 이자 장사를 벌인 탓에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겁니다.
정해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용산의 한 디지털 가전업체는 아직도 판매대금 6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피해가 커진 건 판매가 급격히 늘어난 지난 3월부터입니다.
[정모 씨/디지털 가전 판매업체 관계자 : (해외 플랫폼인) 티몬월드 가입을 하면 (선정산대출) 한도도 올려주고. (한도) 3배를 주겠다고. 많이 판매하는 게 좋은 거고. 자금을 당겨서 물건을 더 많이 살 수 있고.]
당시 SC제일은행은 70일이나 걸리는 정산 기간을 고려해 물건을 팔자마자 판매대금을 대출해 주고 정산이 이뤄지면 돌려받는 '선정산대출'을 해줬습니다.
그 한도를 3배 늘려주겠다고 해 판매 규모를 더 키운 겁니다.
하지만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진 후, 이 대출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습니다.
[신정권/식품 판매업체 대표 : 국민은행보단 SC제일은행으로 옮기면 한도를 늘려주겠다고. (사태 이후) 국가에서도 비상자금이라고 자금을 줬지만 그것도 이자를 내야하고. 얘(선정산대출)도 또 내야하고.]
SC제일은행 측은 "입점업체들이 먼저 한도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해명합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은행 측이 먼저 대출을 독려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SC제일은행 관계자 : 티몬월드랑 협약을 맺어서 연락을 드리게 됐고요.]
[정모 씨/디지털 가전 판매업체 관계자 : 굳이 선정산은 안 써도 저희 회사 자금력으로 일단 해결이 가능하거든요.]
[SC제일은행 관계자 : 이제 협약을 해서 최고 한도는 65억까지는 나오거든요. 금리 5%대로 해서.]
과거 어음과 닮아있는 선정산대출 규모는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2년 전부터 대폭 늘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신규 대출이 1조 2천억원을 넘었습니다.
은행들의 영업 경쟁이 이번 사태를 키웠단 비판이 나옵니다.
[강준현/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 금융기관이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건 금융의 공익적 역할을 저버린 행위라고 봅니다.]
해당 은행들은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소상공인들이 현금을 원활하게 쓰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취재 신동환 김영묵 / 영상편집 김지훈 / 영상디자인 신하림 김현주]
정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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