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식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한 주식을 일정 금액 이상 갖고 있으면 수탁기관에 맡겨 처분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임기 2년여 만에 이걸 거부하고 돌연 사퇴했습니다. 재산을 지키려 공직을 버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현정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금천구에 있는 정보통신회사입니다.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은 이 회사의 비상장 주식 4만 8천 주, 약 170억 원어치를 보유 중입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에 당선됐는데, 이듬해 3월, 인사혁신처 산하 심사위원회는 이해충돌을 막는 차원에서 해당 주식의 백지신탁을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넉 달 뒤, 문 전 구청장은 구로구에 있던 회사 주소지를 구로와 맞닿은 금천구로 옮겼고, 백지신탁 불복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2심까지도 패소했습니다.
그러자 문 전 구청장은 백지신탁을 받아들이긴커녕 어제(15일) 돌연 구청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원 결정은 사심 없이 구정을 수행해 온 자신에게 가슴 아픈 결정"이라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난데없이 내년 4월, 구청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구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10억 원이 넘을 걸로 추정되는 내년 4월 보궐선거의 비용은 구로구 예산으로 부담합니다.
[김기호/서울 구로구 : 본인이 재산 지키려고 공직 버리고 돌아갔으니까.]
[채선자/서울 구로구 : 애초에 나오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나와 가지고 이렇게 책임감 없이.]
고위공직자의 백지신탁 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3년,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도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다가 비슷한 이유로 사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문 전 구청장 같은 선출직 단체장에는 특히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서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 : (기초단체장은) 예산 집행이나 정책 집행을 모두 다 총괄해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굉장히 넓고. (이번 사퇴로) 그동안 2년간 공직 수행한 것도 과연 제대로 된 공직 수행을 했는지 의문스러운.]
문 전 구청장은 오늘 구청에서 떠났는데, 더 자세한 입장을 듣기 위한 취재진의 연락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김호진, 디자인 : 임찬혁)
이현정 기자 a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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