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때쯤 새벽, 부산 서면에서 조폭들의 패싸움이 벌어졌었습니다.
영화 '친구'에도 나오는 부산 지역 토착 조직인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였던 사건인데요, 부산 시민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패싸움에 큰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부산 서면의 한 골목입니다.
건장한 남성들이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열댓 명이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입니다.
부산의 양대 조직 칠성파, 신 20세기파 조직원들 간에 벌어진 패싸움 당시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된 겁니다.
선배 조직원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이른바 깍두기 인사를 하는 조직원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그 옆에는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 상대 조직원 모습도 보입니다.
패싸움 끝에 기절해 쓰러진 겁니다.
부산지검은 이 사건을 부산 양대 조폭들이 서로의 위세를 과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범죄라고 보고, 사건 발생 2년 만에 칠성파 조직원 4명, 신 20세기파 조직원 8명에게 범죄단체 활동 혐의를 추가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부산은 검찰이 전국적으로 관리하는 조직폭력배 중 약 15%가 집중돼 있다"며 "이런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구속 수사를 통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두 조직간의 충돌은 사실 어제(21일)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부산 지역의 최대 폭력 조직 자리를 놓고 무려 40년 넘게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는데요.
사건 사고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 부산의 한 장례식장입니다.
조직원 수십여 명이 각목과 흉기를 들고 몰려 들어오고, 곧바로 식당으로 들어가 문상객들에게 흉기를 휘두릅니다.
신20세기파 조직원 60명이 칠성파 조직원 장례식장에 몰려가 난투극을 벌이는 겁니다.
15년이 지난 지난 2021년 5월에도 두 조직의 장례식장 난투극이 반복되기도 했고, 상대 조직을 따돌리기 위한 아슬아슬한 자동차 추격전이 새벽 시간 광안대교 위에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최해영/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2계장 (지난해 8월 31일 SBS 8뉴스 중) : 양대 조폭이 긴장관계·대립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보니까, 사소한 시비가 있더라도 폭행으로 이어지고 그에 대한 보복 이어지고 이런 구조가 계속 반복되고 일어나는 실정입니다.]
최근에도, 신 20세기파 두목의 결혼식과 칠성파 두목의 장례식이 있었는데, 두 조직 간의 난투극이 또 벌어질까 봐 경찰이 인력을 배치하는 등 부산 지역에는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이 두 조직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해 관객 820만 명을 동원한 영화 친구가 개봉한 게 지난 2001년입니다.
벌써 22년이나 지났는데요, 여전히 조폭 때문에 이런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지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연남 기자 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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