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노벨위원회의 설명처럼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마주 본 한강 작가.
특히 소설 〈소년이 온다〉는 작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철저히 고증해 써 내려간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노벨상 소식 이후 한강 작가의 소설과 함께 5월 광주를 되짚어보는 사람들을, 임지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전남도청 앞 광장.
1980년 교련복 차림의 소년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던 그곳에 2024년 현재의 청년들이 찾아왔습니다.
소설 〈소년이 온다〉와 함께 5월 광주를 되짚어 보는 독서기행입니다.
복원 공사로 세워진 가림막 사진으로나마 당시를 더듬어보고,
[이영희/5.18 역사 해설사]
"문재학 열사가 돌아가신 장소가 이 뒷 건물인 도경찰국 2층입니다. 여기 이 장소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군홧발 소리가 가득했던 그날을 떠올리며 소설도 직접 낭독해 봅니다.
[김예담/〈소년이 온다〉 中]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 그 목소리가 멀어진 지 10분이 되지 않아 군인들의 소리가 들렸다."
80년 5월 태극기로 감싼 나무관들과 유가족들의 통곡이 이어졌던 강당.
[한강 작가/〈소년이 온다〉 中]
"태극기로 고작 그걸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가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소년 동호의 모델이었던 광주상고 1학년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는,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 했던 소설 같은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김길자/고 문재학 열사 어머니]
"계엄군이 쳐들어온다고 한다고 어쩌냐… 재학이가 하는 말이 '엄마, 계엄군이 쳐들어와도 어린 학생들은 손들고 나가면 괜찮하다요.' 그러고 해요. 그래서 그런 줄만 알았지… 이렇게 죽을지는 몰랐지."
뼈에 사무쳤을 어머니의 마음.
소설로 가늠했던 상실의 고통이 담담한 어머니의 목소리로 사무칩니다.
[정다은]
"마음이 아파서 소년이 온다를 잘 못 읽다가 이 기회 때문에 읽게 되었는데, 직접 좋은 이야기, 힘든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드리고…"
이제는 〈5.18 민주광장〉이라 불리는 도청 앞 광장, 시민이 흘린 피를 닦고 다시 물을 내뿜던 도청 앞 분수대와 시계탑.
소설 속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5.18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는 치유의 발걸음일지도 모릅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영상취재 : 김환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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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환 (광주)
임지은 기자(jieun@k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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