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 취약 계층들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생활고를 겪던 70대 어머니와 40대 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이들은 빚에 시달리면서도 월세 한 번 밀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집주인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현지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70대 어머니와 40대 딸은 경기도 성남의 다세대주택 1층에서 월 50만 원에 세들어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9일, 이들 모녀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집주인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요.
집안에는 숨진 모녀가 함께 발견됐습니다.
방 안에서는 "폐 끼치고 싶지 않고 집주인에게 미안하다"는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남은 계약기간 8달의 월세는 보증금으로 차감해달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생활고를 비관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모녀는 수년 간 월세뿐 아니라 전기료와 수도요금도 밀린 적이 없었습니다.
[인근 주민]
"(할머니가) 때때로 워낙에 (이웃한테) 잘 주고 쌀도 한 자루 주시고 막 이러니까.."
하지만 자영업을 하며 생계를 책임져왔던 딸은 최근까지 적지 않은 빚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근 주민]
"딸이 이렇게 융자를 많이 얻었다고 그 소리는 들었어."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부모가족'으로서 매달 양육비 2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자녀가 성인이 돼 독립하면서 그마저도 끊기자 더 힘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
"작년 상반기에 이제 (딸이) 미성년이 아니게 되면서 중단이 됐고요. 한부모 가족 지원이 중단됐을 때 따님이 취업한 걸로 알고 있고요."
이번에도 관할 지자체는 모녀의 거주지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데다, 과거 살던 곳에서도 주거지 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던 겁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
"타 시에서도 (매번 안 계셔서) 주소, 거소 불명 불명자로 돼 있다고.."
정부는 위기가구를 더 적극 발굴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질병과 채무, 고용, 체납 등 약 40종의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남 모녀처럼 연체 기록이 없는 경우는 위기가구 파악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제도를 보완해도 사각지대가 드러나는 사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현지입니다.
영상취재: 구본원 강종수/영상편집: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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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기자(local@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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