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더 쓸쓸"…꺼져가는 이산가족들의 시계
[앵커]
명절마다 가족이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먼 곳에 그리운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들입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산지 한참 됐지만, 문득 떠오르는 어머니 모습에 소식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한채희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유난히 추웠던 1950년 겨울, 스무 살이었던 최병주 할머니는 오빠들의 손을 잡고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내려간 거지. 그 추위에 오빠들이랑 다 그냥 "나가야 산다" 하니까 그냥 며칠만 피했다 도로 들어갈 줄 알고."
세 남매는 38선에 도착하기 전, 북새통에 최 할머니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최 할머니는 외로운 타향살이 속에서도 국군과 가정을 꾸리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신문 광고까지 냈습니다.
"전화를 받으니까 오빠가 "야 너 아무개냐? 그래 아니 웬일이야. 네가 신문 냈냐. 나보다 똑똑하다"…굿도 많이 했대. 피난 나서 혼자 떨어져 죽은 줄 알고."
18년 만에 찾은 가족과 행복할 날만 남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명절이 되면 집에 두고 온 어머니와 어린 조카들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70년도 더 지났지만 생생한 기억.
"지금도 가끔가다 꿈꿔. 꿈 한 번씩 꾸면 고향 그거 그대로 나오고 엄마가 젊었을 때 그 모습이 나오데. 조카들은 눈에 안보인데. 조카들 참 예뻤는데…"
올해 아흔두 살 최 할머니처럼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중 80살 이상의 어르신은 전체의 약 66%입니다.
지난달에는 219명이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5년 전 마지막 상봉 이후 만남의 기회는 뚝 끊겼고,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던 생사 확인이나 서신교환도 이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해마다 명절이 오면 가족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어르신들의 시계도 꺼져갑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1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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