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자신의 증상이 가벼운지 아닌지 응급환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논란이 일었습니다. 의료계는 정부 당국자의 이런 인식이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왜 그런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기자>
20대 박 모 씨는 어제(5일), 뇌출혈이 재발해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머리가 좀 어때?) 아까보다 덜 아파요.]
박 씨의 첫 번째 뇌출혈은 2년 전이었습니다.
병원을 찾기 전, 두통이 며칠 동안 지속했는데 상자에 부딪힌 일이 있어서 그 탓이라고만 생각해 처음에는 두통약만 먹었습니다.
[최효선/뇌출혈 환자 보호자 : 상자 정리를 하는데 상자 머리를 치고, (딸이) '엄마 집에 두통약 있는 거 있어?, (제가) 화장대 서랍 열면 있을 거야.']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서 그제야 응급실로 갔는데, 뇌 동맥 기형 뇌의 동맥과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얽혀서 생긴 뇌출혈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최효선/뇌출혈 환자 보호자 : 뇌출혈로 나와서 이제 그걸(정밀검사) 해서 이제 본 결과 뇌혈관 기형이라는 게 또 있다고 하더라고요.]
미국 연구팀이 신경계 중환자 4천900여 명을 조사했더니 40%, 2천200여 명은 첫 자각증상이 두통밖에 없었습니다.
두통은 대개 경증이지만, 10만 명 가운데 43명에서는 뇌출혈이나 뇌종양 등 중증의 초기증세입니다.
의료계는 환자가 자각증상만으로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현준/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 증상만 듣고 구분하기는 어렵고 머리 안에 어떤 기질적인 원인이 없더라도 심하게 아플 수도 있고 기질적인 원인이 있더라도 초기에는 생각보다 많이 안 아플 수도 있고….]
치사율 40%가 넘는 패혈증의 흔한 증상은 고열입니다.
괴사성 장염의 첫 증상은 복통인데, 특히 소아의 경우, 소아과 전문의가 아니면 경중증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응급환자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일차적으로 판단해 경증은 치료하고, 중증은 상급병원으로 이송하는 '가이드 병원' 제도가 있는데, 우리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편집 : 황지영, 디자인 : 장범석, VJ : 신소영)
▶ "5~6명 지키다 이제 혼자"…한계 호소하는 응급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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