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한 시각장애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안마원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손님 예약이나 결제를 할 때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왔는데, 지자체가 '부정수급'이라며 현금 2억 원을 뱉어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열심히 살았는데 범죄자가 됐다'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겁니다.
무슨 일인지, 이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좁은 가게 안, 뒷짐을 진 채 걷고 또 걷습니다.
잠시 뒤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탕비실로 들어갑니다.
지난달 4일 시각장애 안마사 장성일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모와 두 아들을 부양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일터, 안마원에서였습니다.
'삶의 희망이 무너졌다'고 적은 유서를 남겼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범죄자가 됐다'고도 했습니다.
[장선애/고 장성일 씨 누나 : 소식을 들었을 때 '왜?' 이랬어요. '왜? 도대체 왜, 갑자기 뭐 때문에?…']
숨지기 3주 전, 의정부시로부터 온 경고가 문제였습니다.
시는 식사와 빨래 등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사에게 결제 등 안마원 일을 부탁한 게 '불법'이라고 봤습니다.
[장선애/고 장성일 씨 누나 : 눈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한테 이 생업을 하면서 입력이라든가 계산 이런 걸 도움을 받을 수 있잖아요.]
지난 5년의 인건비 2억 원을 환수할 수 있다는 말, 수중에 그런 돈이 없는 장 씨에게는 큰 압박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단체 등에 따르면 이런 일 겪는 사람 한둘이 아닙니다.
[안미숙/시각장애 안마사 : (안마대에) '머리카락 봐달라, 화장품 묻었는지 봐달라' 하면 그게 위법이라네요, 위법.]
지난 3월 5000만원 환수 경고를 받고부터 혼자 일합니다.
[안미숙/시각장애 안마사 : 움직이다 이마에도 부딪히고 세면대에 부딪히고… 그런 거는 아픈 것도 아니에요. 마음이 아픈 게 문제지…]
서비스가 맘에 안 찬 손님이 다시 안마원을 안 찾을까 늘 마음이 쓰입니다.
[안미숙/시각장애 안마사 : 기초 수급자로 살기 싫어서 안마 일을 하고 있는 거고…]
올해 영세 장애인 업주를 돕는 '업무지원인'이 생겼지만 아직은 시범단계입니다.
현실을 못 따라가는 제도, 언제쯤 개선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영상취재 황현우 / 영상편집 김영선]
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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