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희는 매일 뉴스에서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수어 통역도 함께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은 분들, 영어로는 '데프블라인드'라고도 하는데, 이런 시청각장애인들은 수어를 하는 상대방의 손을 직접 만지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이런 장애인들이 우리나라에 1만 명 정도 있는 걸로 집계되는 데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많습니다.
이 내용, 김민준 기자, 장선이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김민준 기자>
출근길 지하철에 오른 데프블라인드 손창환 씨.
노약자석에 간신히 앉아보지만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이경은/장애인활동지원사 : (창환 씨가) 눈을 뜨고 계셔서 비장애인인 줄 아세요. 젊은 분이 왜 앉아 있나 싶어서 한 번 이렇게 눈치를 (줄 때가 있어요.)]
손바닥 필담으로 길을 물어가며 도착한 복지재단 사무실.
화면을 읽어주는 장치가 있지만, 듣지 못하는 창환 씨는 업무보조인이 있어야 상담사로서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홍유미/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장 : 그릇이 나오면 자동으로 손이 가거든요. 그러면 '옆에서 뜨겁습니다' 말을 해주는데 안 보이고 안 들리시니까 그냥 만져버리죠.]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장애 유형은 모두 15가지입니다.
창환 씨 같은 데프블라인드는 별도 유형이 아니라, 시각과 청각이 합쳐진 '중복장애'로 분류됩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으로 동시 등록된 사람은 전국에 1만 여 명.
하지만 중복 등록 방법을 몰라 한가지 장애로만 등록된 사람도 있어 실제 데프블라인드들은 더 많을 걸로 추산됩니다.
지원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실태조사부터 정확해야 할텐데 그조차 어려운 이유, 정부가 그들을 하나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하지 않아 조사의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의사소통 지원입니다.
데프블라인드들은 '촉수화'로 의사를 주고받습니다.
촉수화란, 상대방의 수어를 손으로 직접 만지며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비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려워 통역이 필요하지만, 활동 중인 촉수화통역사는 전국에 고작 50여 명에 불과합니다.
정부의 장애인 취업지원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아 소외됩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 : (시청각장애) 전담 과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촉수화라든지 이걸 통해서 교육 내용을 배워서 취업하거나 이런 데까지는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조창현·이용한·최준식,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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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이 기자>
보조기기로 그림책을 34배까지 확대하는 7살 시우.
2살부터 6살까지 유아들을 위한 책이지만, 선천적 데프블라인드인 시우에게는 여전히 버겁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고도근시 안경과 보청기에 의지해온 5살 지훈이도 또래보다 말과 글이 늦습니다.
[함민애/박지훈 군 어머니 : 문장력은 전혀 없고요. 지금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뭐 맘마 까까 엄마 아빠 딸기 (정도입니다). ]
말을 한창 배워야 할 유아 시절, 언어 교육을 제때 받지 못하면 원래 없던 지적장애나 자폐까지 올 수 있지만, 맹학교와 농학교와 달리 전국 어디에도 데프블라인드 아이를 위한 학교는 없습니다.
[함민애/박지훈 군 어머니 : 예를 들면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선) 공놀이를 한다고 해요. 소리에 의해서 그 공을 받고…. 근데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둘 다 장애가 있으니 소리를 듣지를 못하잖아요. ]
복지관과 사설 언어치료소에 의존하는 실정인데 그마저도 자리가 나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 합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조사 결과 데프블라인드 3명 중 1명이 학교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있고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최종학력인 사람이 절반 이상입니다.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그들을 위한 교육 체계가 없어 사실상 방치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함민애/박지훈 군 어머니 : 학교에 입학할 생각 하면 저는 진짜 정말 지금 막막하거든요. 왜냐면 우리 아이의 맞춤형 교육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
지난해 10월 특수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교육 대상에 시청각장애인이 포함됐지만 정작 가르칠 사람이 없습니다.
[정우정/제주도농아복지관 팀장 : 법만 딱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그 (데프블라인드) 아동을 교육할 수 있는 선생님을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별도의 교실도 없고 학교에서도 굉장히 곤란한 입장이 (됐어요.) ]
특수교사 양성, 특수학교 설치 등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합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조창현·이용한·최준식, 영상편집 : 최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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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민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Q. '데프블라인드' 인정 않는 이유?
[김민준 기자 : 형평성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회에서도 이미 두 차례 이 데프블라인드를 별도 장애로 지적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을 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다른 중복 장애들도 많은데 가령 시각과 지체가 합쳐질 수도 있겠죠. 이런 다른 중복 장애들이 많은데, 이 중에서 데프블라인드만 콕 집어서 별도로 지정을 하면 다른 중복 장애인들과의 형평성이 깨진다는 겁니다. ]
Q. 별도 인정해야 하는 이유?
[김민준 기자 : 이 '대체 불가능성'이라는 개념에 좀 주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 어렵게 들리기는 하는데, 다른 중복 장애들은 상호 보관 관계에 있는 다른 감각이나 도구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뭐 가령 앞서 말씀드린 시각과 지체장애가 합쳐지면 시각은 청각으로, 지체장애는 보조도구로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서로를 보완해야 하는 시각과 청각이 합쳐져버린 데프블라인드 같은 경우는 음성 지원도 들리지 않을 거고 이 수어도 볼 수 없을 겁니다. 장애를 대체할 다른 방법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
Q. 참고할 해외 사례는?
[김민준 기자 : 이 미국이 대체 불가능성을 인정한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이미 1967년에 헬렌켈러법이라는 관련법을 만들어서 데프블라인드의 법적 지위를 인정을 했고 주위의 차이는 있지만 복지시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데프블라인드 스페셜리스트라는 전담 특수 교사를 양성해서 아이들 교육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박정삼·최혜란)
김민준, 장선이 기자(mzmz@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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