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협회가 뜬금없는 발표를 했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에 가담해 제명된 선수 등 48명을 모두 사면한다고 한 건데요.
이런 협회의 결정뿐만 아니라 그런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스포츠계를 흔들었던 승부조작 사건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건입니다.
프로축구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의 헤딩슛을 골키퍼가 어이없이 실점합니다.
이 골키퍼는 한 경기에서 무려 5골을 허용했습니다.
이처럼 프로 선수들은 도박 사이트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경기를 조작했습니다.
검찰 등의 조사를 받은 선수와 감독만 100명이 넘었고 50명이 영구 제명됐는데, 국가대표 출신까지 가담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연루됐던 선수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최성국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억울하다고 호소했었는데요.
[최성국/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지난 2011년) : 제가 하나라도 부끄러운 게 있다면 이렇게 여기 있지도 않았겠고, 여태까지 부끄럼 없이 정말 정직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저한테 그런 건 없었습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백했습니다.
승부조작 가담자 중 사면은 최성국을 포함해 48명으로 알려졌는데, 이 결정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12년 전, 당시 프로연맹 총재로서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던 정몽규 현 대한축구협회장입니다.
[정몽규/당시 프로축구연맹 총재 (지난 2011년) : 여러분과 K리그 팬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당시에 스포츠 정신을 중대하게 훼손하고 국민을 우롱한 책임을 지겠다며 약속한 영구 제명을 스스로 번복한 겁니다.
특히 사면 이유가 더 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 등을 위한 것이라는데, 16강 진출과 승부조작 사면은 과연 무슨 상관일까요.
게다가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불과 1시간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를 해 더 큰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또 누구를 사면했는지 구체적인 명단 공개도 없었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은 한국축구의 발전과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죠.
그리고 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축구인과 팬들이 차근차근 또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노력에 거꾸로 가는 축구협회의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전연남 기자(yeonnam@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