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대치'와 '협치' 사이…뜨거운 8월 국회
원래 여름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멈추는 시기입니다.
휴가철이 껴 있는 데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힘을 비축하는 시간이지요.
올해는 올림픽도 있어서, 여의도가 더 조용할 거란 전망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예상을 깨고, 뜨거운 정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단 거대 양당, 대치를 풀고 8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합의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8월 본회의 중에서라도 쟁점이 없는 꼭 필요한 민생 법안은 우리가 처리하기로…"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이 우선 처리 대상으로 꼽히고, 전세사기특별법도 의견 접근 시도가 재차 이뤄질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한 31개 법안도 살펴보니까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들이 꽤 있습니다…여야가 속도를 내서 빨리 입법할 수 있지 않겠나"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원래 해야 하는 일이었던 만큼 마냥 칭찬만 하긴 어렵습니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여야가 합의 처리한 민생 법안이 '0' 건입니다.
거듭되는 정쟁으로 점점 싸늘해지는 민심에, 마치 등 떠밀리듯 협상장에 마주 앉은 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발 더 나아가, 협치의 '시늉'만 내는 게 아니냐는 의심스런 눈초리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여야가 서로 만들자고 제안했던 여야정 협의체는 협상 진도 자체를 못 나가고 있죠.
민주당은 여야정 협의체보다는 오히려 아직 뽑히지도 않은 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영수 회담에 더 관심을 보이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염불엔 뜻이 없고 잿밥에 마음 있는 거 아니냐'는 여권의 비판이 그래서 나옵니다.
물론 국민의힘도 '민생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세 토론회 제안이 대표적입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1,400만 개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다라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토론에 나서주십시오"
민주당의 입장이 정리가 안 된 틈새를 파고든 건데, 내부 혼란을 유도하는 효과는 어느 정도 거두고 있는 거 같습니다.
물론 민주당도 가만있지 않지요.
해병대원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면서 역공을 펴고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에게, 전당대회 기간 약속했던 제삼자 추천 특검법을 빨리 발의하란 겁니다.
"입만 열면 민주당 탓하면서 변죽만 울리지 마시고 한동훈 대표가 생각하는 해병대원 특검법을 조속히 발의하길 바랍니다."
민주당의 공격에 한 대표 측도 특유의 명쾌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모처럼 여야가 맞손을 잡았지만, 손을 언제까지 잡고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당장 휴가에 복귀한 대통령의 책상엔 재의요구, 즉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법안이 6개나 놓여 있습니다.
25만원 지원법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이고, 방송4법 중 3개 법안과, 노란봉투법은 이미 거부권을 한 차례 썼던 법안입니다.
정국이 급격하게 얼어붙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요?
거대 야당, 민주당 주도의 원내 공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롭게 발의한 해병대원 특검법은 김건희 여사를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고,
"구명 로비의 연결고리가 김건희 여사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하면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입니다."
"앞에서는 휴전 협상에 나올 듯이 말해놓고 뒤로는 뒤통수칠 궁리만 하는 화전양면전술에 다름이 아닙니다. 더 강하고 센 특검이 아니라 더 허접한 특검법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을 따져 묻겠다는 청문회가 이달 두 차례나 더 예정돼 있습니다.
해병대원 사건과 구조가 비슷하다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청문회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했습니다.
이런 움직임, 여러 국정조사를 위한 '빌드업'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도 정국 뇌관이 될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은 신임 한동훈 대표 체제가 자리 잡으며, 더 선명한 대야 공세가 예상되고, 민주당은 오는 18일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각종 현안에 더 강경해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올여름 폭염만큼이나 남은 8월 국회, 유례 없이 뜨거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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