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M1 에이브럼스와 독일의 레오파르트 2,
두 강대국 주력 전차의 우크라이나 등장이 머지 않았다는 소식인데요.
이를 환영하면서도 더 빠른 결단과 실행을 재촉하는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 솔직히 말하면 탱크의 지원 규모와 언제 도착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반면 러시아는 자신들에 대한 노골적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보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드니프로강 동쪽으로 퇴각한 러시아,
대규모 공세 대신 참호 짓고 숨 고르면서
본국에서 훈련 중인 15만 징집 병력이 준비되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 전에 교착 전선을 뚫고 싶은 우크라이나.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수단, 바로 전차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강한 화력 자랑하고 여기에 유사시 요새 역할을 할 방어력까지.
삼박자 두루 갖춘 유일한 무기.
전차가 '지상전의 왕자'로 불린 이유인데요.
특히 우크라이나 반격의 주전장이 될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는 산지가 거의 없는 흑토 지대.
젤렌스키가 "최소 300대 이상 전차가 필요하다."고
서방에 호소한 이유기도 합니다.
문제는 전차지원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급이 다른' 측면이라는 겁니다.
서방이 제공했던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하이마스.
비용을 떠나 근본적으로 방어용, 러시아 공격 막는 데 쓰였습니다.
반면 전차는 대표적인 '공격용' 장비.
'전차 제공 = 확전 우려'
공식이 성립했던 이유인데요.
이런 젤렌스키 요청 충족할 수 있는 유이한 나토 국가,
바로 미국과 독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나라 간 "서로 먼저 제공하라"는 눈치 게임도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3.5세대로 분류되는 두 나라 주력 전차,
우크라이나에서 맥을 못 춘 러시아 구형 전차와 가장 큰 차별점,
상대가 몸 숨길 곳 많은 시가전에 강하다는 겁니다.
그 특징, 첫째로 능동방어체계.
불시에 등장하는 전차의 천적.
대전차 무기, 급조폭발물 공격 미리 탐지하고 피하는 능력.
둘째, 여러 소재를 섞어 만든 복합장갑.
혹시 공격 허용하더라도 피해 최소화.
여기에 이동 중 흔들려도 정확한 사격 가능한 보조 장치까지.
"더 강하고 더 정확하게"를 구현했다는 거죠.
물론 두 나라 주력 전차 사이 차이도 있습니다.
경유, 디젤엔진 쓰는 레오파르트와 달리 에이브럼스는 제트유 넣는 가스터빈 엔진.
연료 비싸고, 구하기도 더 어렵겠죠.
그래서 발생하는 운용과 정비의 까다로움, 이에 따른 추가적 훈련 필요성까지.
에이브럼스 건네줘도 우크라이나가 잘 쓰기 어려울 거라며 미국이 제공을 꺼렸던 이유기도 합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 에이브럼스 탱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탱크입니다. 또한, 운영과 유지보수가 매우 복잡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확전 가능성'이 더 염려됐을 텐데요.
독일 역시 비슷했습니다.
겉으로는 과거 세계대전 두 차례나 일으킨 당사자로,
전쟁에 공격용 무기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 들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관계, 역사적 교훈을 의식한 건데요.
다른 나라보다 늦게 1871년 통일 제국 건설한 독일.
서쪽으로는 프랑스, 동쪽은 러시아.
여기에 바다 건너 영국까지, 경쟁자들로 둘러싸인 상황.
후발주자에 집중되는 견제에 대한 당시 독일 실권자 비스마르크의 해법.
"외교란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 바로 '반프-친러' 정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어기고 러시아, 소련과 맞붙은 결과는?
1차 대전의 패전으로 덴마크, 벨기에, 프랑스 폴란드, 리투아니아, 체코슬로바키아에 영토 일부를.
그리고 2차 대전 패전으로 러시아와 폴란드에 추가로 영토 상당수를 내준, 참혹한 교훈으로 돌아왔죠.
독일이 전차 지원을 발표하면서도, 나토군의 직접 개입은 없을 거라며 러시아를 의식한 이유기도 합니다.
[올라프 숄츠 / 독일 총리 :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지만) 러시아와 나토 동맹국 간 확전을 피한다는 원칙을 지킬 겁니다.]
특히 독일의 '전차 지원' 동참이 더 중요한 이유.
레오파드 2가 유럽과 나토 국가 곳곳에 퍼져 있다는 겁니다.
독일의 승인만 있으면 우크라이나에 전차 보내겠다는 나라가 무려 12개에 달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
총 수량만 100여 대를 넘길 거란 전망도 함께 인데요.
여기에 미국 전차까지 더하면, 충분히 전황을 바꿀 규모라는 거죠.
다만 전차가 바로 전쟁 승리를 이끄는 '절대 반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전쟁, 러시아가 상실한 거로 추정되는 전차 최소 1,450대"라는
네덜란드 전쟁 리서치 그룹의 통계.
'전차 무용론'까지 불거지게 된 배경인데요.
전차 앞세운 러시아의 실패,
대당 1억 원 정도 하는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펑펑 쓸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도 한몫했겠지만,
러시아의 실책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전차 운용 시 정찰 소홀히 하고 전차 단독으로 운용하고 드론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여기에 서방 기술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에 정보전에서까지 밀렸다는 거죠.
바꿔말하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성공하려면 전차뿐 아니라 보병, 포병, 공중전력과의 유기적 협력,
여기에 보급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마침 전차 지원 약속 당일이 45번째 생일이었던 젤렌스키,
탱크의 수량과 도착 시기뿐 아니라 추가적인 미사일과 항공기 지원까지 서방에 호소한 이유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수 바로 날씨입니다.
우크라이나의 3월, 얼어붙었던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과거 나폴레옹와 히틀러, 그리고 이번 전쟁 초반 푸틴의 발을 묶었던 요소이기도 한데요.
전차 앞세워 반격 준비하는 우크라이나,그렇다면 라스푸티차가
이번엔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도 모르는 일이겠죠.
[드미트리 페스코프 /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 : 우리는 이 탱크들이 다른 탱크들처럼 타버릴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순간에도 소모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얻는 게 없다면 입지가 위태로워질 푸틴.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지면 '핵전쟁' 촉발할 수 있다는 협박성 경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인데요.
우크라이나가 예상보다 잘 싸우고 있지만,
영토 15% 이상은 러시아가 점령한 상황.
푸틴을 협상 테이블로 부르려면 극적인 승리가 필요한 가운데
최대 변수인 서방의 지원, 얼마나 빠르게, 또 장기간 지속될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의 "이번 전쟁은 아주 많은 피를 흘리게 하는 전쟁"이고,
"언젠가 협상 테이블에서 마무리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발언,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박광렬이었습니다.
기획 : 박광렬(parkkr082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손민성(smis9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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