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북한에도 폭우와 홍수로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북한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의 수해현장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재난위기 상황에서 특히 부각되는 리더십, 통일전망대 최유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수면 위로 지붕만 겨우 보이는 집들, 폭우로 강이 범람하고 홍수가 나면서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군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겼습니다.
주택 4천여 세대와 3천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한때 5천 명의 주민이 고립되는 등 인명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매체는 곧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수해현장 점검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바퀴가 물에 잠긴 차량을 타고 구명조끼도 없이 고무 보트에 오르고,
[조선중앙TV(APTN)]
"고무단정에 올라 지형지물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잠겨든 침수지역을 돌아보시면서…"
거센 물살에 보트가 정류장과 가로수 등에 잇따라 부딪히고, 당황한 듯 흐트러진 머리를 가다듬는 모습도 보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고지도자에 대한 경호 매뉴얼에 모두 어긋납니다.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극약 처방의 연출이다."
전용열차 안에서 비상확대회의를 열고 바로 우리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과 도당 위원회 책임비서를 경질했습니다.
북한은 재난 상황에서 이처럼 다소 파격적인 모습으로 현장을 지휘통제하는 모습을 종종 부각합니다.
폭풍우 속에 차를 직접 운전해 현장을 찾아 진흙탕에 구두가 빠진 채 지휘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계영일/군인민위원회 위원장 (2020년 8월)]
"그토록 만류했지만 원수님께서는 차바퀴가 푹푹 빠지는 그 진창길에 서슴없이 들어서시어…"
반소매 속옷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고 허벅지까지 물에 잠기는 논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체면을 내세우기보다 직접 발로 뛰며 주민들과 함께 위기 상황을 극복한다는 걸 강조하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그런가 하면 발 빠른 질책과 문책으로 재난 발생과 대책 미비의 책임을 간부들에게 전가하는 모습도 반복됩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지도자는 열심히 인민을 위해 일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이 사회의 갭을 관료의 문제로 희생양을 만드는 전략인 거죠."
김위원장의 이런 모습은 일종의 재난 리더십을 통해 민심 악화를 차단하고, 수해복구에 주민들을 동원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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