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밤사이 서울의 열대야가 26일째 이어지며 118년 만의 열대야 연속 기록을 세웠습니다.
더위가 지나고 서늘해진다는 절기 '처서'를 앞두고도 폭염의 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끝이 안 보이는 긴 폭염 터널,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열대야 먼저 알아보죠.
밤사이 서울은 관측 이래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했죠?
[기자]
네, 밤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이 26.8도로, 지난달 21일 이후 26일째 열대야가 나타났습니다.
서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8년 중 가장 긴 열대야인데요,
앞서 열대야가 가장 길게 이어졌던 해가 2018년인데, 26일로 올해와 같습니다.
[앵커]
2018년은 최악 폭염의 해라고 할 정도로 무척 더웠는데요, 올해가 그 정도인가요?
[기자]
2018년 열대야와 올여름 열대야를 비교한 그래픽입니다.
2018년에도 서울 열대야 연속의 시작이 7월 21로, 올해와 같습니다.
강도 면에서는 2018년이 더 강합니다.
2018년에는 서울에서도 낮 기온이 40도 가까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8월 1일과 2일에는 '초열대야' 라고 하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를 넘었던 때가 두 차례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는 광복절을 기점으로 열대야 연속 기록이 끊겼고, 이후에도 19일과 22일에 두 번 나타난 뒤 종료됐습니다.
올해도 보겠습니다.
지난달 21일부터 26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해는 최저기온이 지난 13일, 28.3도가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오늘 밤사이에도 나타날 것으로 보이고요, 기상청에서 다음 주를 지나 26일까지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예보하고 있어서 연속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강도 면에서는 2018년이 더 강할지라도 지속 측면에서 보면 올여름이 더 강한 거죠.
[앵커]
연속 일수뿐만 아니라 총 일수 측면에서도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큰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여름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대야가 나타났던 게 6월 21로, 역대 가장 빨랐습니다.
그리고 7월 15일과 19일에도 나타났다가 21일 이후 쭉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올여름은 지금까지 열대야 총 일수가 29일입니다.
열대야 총 일수는 2018년이 1위가 아닙니다, 2018년만큼이나 더웠던 1994년이 역대 1위인데요.
당시 열대야가 36일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앞으로 열대야가 7일, 일주일만 더 이어지면 이 기록도 새로 쓰게 되는데 기상청 중기예보에서 열흘가량 열대야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다음 주 후반에는 총 일수 기록도 경신되면서 모든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다른 지역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부산에서도 지난달 25일 이후 열대야가 22일째 계속되면서 역대 1위를 경신했고요.
제주는 32일째, 한 달 이상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제주는 지난 2013년 44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나타났던 기록이 있어서 아직 역대 1위는 아닙니다.
강릉에서도 지난 7일까지 20일 연속으로 나타나면서 역대 1위를 기록했는데요, 최근 동풍이 불면서 기온이 내려가 지금은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올해는 유독 열대야가 기승인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어제 날짜까지의 전국 62개 지점을 평균한 폭염과 열대야 일수인데요.
역대 더위가 가장 심했던 1994년과 2018년에는 같은 기간, 폭염이 있었던 날이 열대야 일수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열대야 일수가 15.4일로, 폭염 일수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전국 열대야 평균 일수 역대 1위는 1994년으로, 16.8일인데요.
전국적인 열대야 최장기록도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올해 열대야가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원인이 궁금한데요.
[기자]
바다가 무척 뜨겁기 때문입니다.
위성으로 관측한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을 보시면요. 27에서 30도까지 올랐습니다.
이렇게 바다에서 데워진 수증기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또, 한낮에 강한 햇볕으로 뜨거워진 지면이 밤에는 반대로 지면에서 대기 중으로 열이 방출되면서 식기 때문에 기온이 어느 정도 떨어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반도 대기 중에 수증기가 무척 많은 상태인데요,
수증기가 많다 보니 구름도 많습니다.
이 구름이 이불처럼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밤사이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밤뿐만 아니라 한낮 폭염도 정말 오래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폭염 특보 상황입니다.
강원도와 경북 동해안 지역과 제주 산간을 제외한 전국이 보라색, 폭염 특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동해안 지역은 사흘 전부터 폭염특보가 해제됐는데요,
최근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동풍이 불기 때문입니다.
동해안 지역은 기온이 다소 낮아졌지만,
반대로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기온이 올라 서쪽 지역은 폭염이 더 심해졌습니다.
오늘도 경기 안성 고삼면은 체온보다 높은 37.6도까지 치솟았고, 파주 광탄면은 37.2도, 경남 밀양 35.9도, 서울도 34.3도까지 올랐습니다.
[앵커]
폭염과 열대야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유독 이번 여름이 힘들게 느껴집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기자]
네, 마치 긴 터널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인데요.
예상 일기도를 보면, 19일 오후부터 제주도와 남부를 시작으로 20일과 21일에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습니다.
동쪽으로 이동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시 서쪽으로 확장하면서 저기압이 동반돼 전국에 비가 내리는 건데요.
비가 내리는 다음 주 화요일에는 기온이 조금 떨어지지만, 여전히 최저기온은 25도 이상, 낮 기온도 32도고요.
비가 그치고 다시 기온이 올라 다음 주를 지나 26일까지도 최고기온은 33도 안팎, 최저기온은 25도 이상의 더위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요즘 소나기도 잦습니다.
맑다가 갑자기 천둥이 치는 경우가 종종 있던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사실 맑은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 건 아니고요.
비구름이 굉장히 국지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지금 있는 곳에는 비구름이 없더라도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한 곳에서 발생한 천둥 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들리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비가 내리면 기온이 조금 내리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비가 내려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최근 낮부터 밤사이에 폭염 특보와 호우특보가 동시에 발령되는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최근에 내리는 비는 장마철 비와 만들어지는 원리가 다릅니다.
장마철에는 북쪽 찬 공기와 남쪽 따뜻한 공기 사이에서 성질이 다른 공기가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발달해 내리는 건데요.
지금은 남쪽으로부터 계속 수증기가 유입되는 상황에서 수증기가 산에 부딪히면서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지형적인 영향과
공기가 많이 모이는 곳에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비구름이 만들어집니다.
최근 내리는 비는 국지적으로 한, 두 시간 강하게 내리고 금세 그치는 것도 있고,
찬 공기가 없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질 요소가 없어서 폭염특보가 그대로 내려져 있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비가 좁은 지역에 국지적으로 내리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소나기는 '팝콘'같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프라이팬에 옥수수 알갱이를 튀기면 어떤 건 팝콘이 되고 어떤 건 옥수수 알갱이로 그대로 남아있잖아요.
또, 라면 끓이는 냄비에 물을 끓이면 공기 방울이 곳곳에서 보글보글 올라오지 않습니까.
같은 기상 조건이라도 성질이 다른 공기가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하는 곳에서는 강한 소나기가 쏟아지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아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겁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태풍 소식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일본 동쪽 해상에서 태풍 4개가 연이어 발생했죠?
[기자]
그래픽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난 3일에 5호 태풍 마리아를 시작으로 6호 손띤, 7호 암필, 8호 우쿵이 10일 동안 태풍 4개가 일본 남동쪽 해상에서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일본 남동쪽 해상, 즉 열대 적도 지방에는 수렴구역이라는 공기가 모이는 곳이 있는데요.
적도 부근 해상이라 해수 온도가 높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공기들이 모이면서 수직으로 소용돌이 바람이 계속 생기게 되고, 크게 발달하면서 태풍이 발생합니다.
준비한 화면 보시죠.
한반도는 여기에 있고요.
일본 동쪽으로 동그란 모양이 아직 살아있는 7호 태풍 암필입니다.
일본 남동쪽에 있는 큰 덩어리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본체입니다.
그리고 한반도 북쪽에 있는 작은 덩어리도 북태평양 고기압인데요,
북태평양 고기압이 두 개로 갈라진 겁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공사장에서 쌓아놓은 모래 산이라고 하면 태풍은 레미콘인데요.
처음 발생했던 태풍, 그러니까 5호 태풍 마리아가 북상하면서 레미콘처럼 열기를 실어와 북태평양 고기압 덩어리를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러니까 산 두 봉우리가 만들어진 것처럼 북태평양 고기압이 갈라진 건데요.
태풍이 이 고기압 사이, 본체가 있는 남동쪽 덩어리의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오기 때문에 일본 동쪽 해상으로 빠져 나가는 겁니다.
보통 8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개수는 1.2개입니다.
아직 8월이 지난 건 아니지만, 당분간은 이 기압배치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올해는 8월에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은데요.
다만 이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확장했다가 가을에 수축하는 시기가 되면 한반도에 태풍의 길이 열리는 만큼, 가을 태풍 대비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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