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폭격이 쏟아집니다.
불꽃과 폭발음 검은 연기가 휩쓸고 간 자리 1년 전 학교와 아파트 그리고 나무가 어우러진 이곳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옥의 전투가 이어진 곳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입니다.
러시아 용병 회사 바그너그룹 병사들이 깃발과 러시아 국기를 흔듭니다.
한 병사는 춤까지 춥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 바그너그룹 수장 (5월 20일) : 2023년 5월 20일 정오입니다. 바흐무트 마지막 곳까지 완전히 점령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바흐무트 인구 7만인 이 작은 도시는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였습니다.
'단 3일이면 우크라이나를 함락한다'며 전쟁을 시작했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으로 수도 키이우에서 철수하고 동부 지역을 점령하는 걸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하지만 동북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을 또다시 뺏기면서 체면을 구겼고 결국 바흐무트까지 내몰린 겁니다.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 내륙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에 있는 만큼 바그너그룹도 이곳에서 전투를 이끌었습니다.
[프리고진 / 바그너그룹 수장 (2월 16일) : 아마도 몇 주 뒤에(3월)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를 포위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측하기 너무 어려워요. 우크라이나 군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투, 10달이 돼도 끝나지를 않습니다.
함락과 탈환을 반복하면서 전략적 가치보다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됐습니다.
서방 국가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어떻게든 이 전투에서 이겨야 하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3월 22일) :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질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이걸 아직도 느끼지 못하는 존재는 아무도 없습니다.]
후퇴를 하더라도 군사들을 계속 투입해 우크라이나 병력을 소모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러시아.
드론 공격에, 몸에 닿으면 화상을 입히는 화학 무기 백린탄 추정 물질까지 쏟아내면서, 바흐무트를 초토화시켰습니다.
동료들을 모두 잃고 홀로 남겨진 러시아 병사가 우크라이나 드론을 향해 '죽이지 말아달라'며 팔로 X자를 그린 이 장면.
전장의 참혹함과 동시에 이 소모전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보여줬습니다.
희생자 규모는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바그너그룹은 이 전투에서만 우크라이나 군인 5만 명, 러시아 측은 용병과 죄수를 포함해 2만 명이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일 러시아는 자국 언론을 통해 푸틴의 축하 인사와 함께 승전 소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바흐무트를 제2의 베를린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G7에 참석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5월 21일) : 아무것도 남은 게 없습니다. 러시아는 모든 걸 파괴했습니다. 이건 비극입니다. 일단 오늘은, 바흐무트는 우리 마음속에 남게 됐습니다. 이 땅에 남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번복하고 외곽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교전이 더 계속될 것 같습니다.
바흐무트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 CG : 이준호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정경윤 기자(rousil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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