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떠난 할매래퍼의 마지막 공연…"하늘서도 랩 하길"
[앵커]
평균 연령 85세, 할매래퍼 그룹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수니와칠공주' 멤버 중 한 명인 서무석 할머니가 별세했습니다.
할머니들은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공연하며 멤버를 떠나보냈습니다.
정지훈 기자입니다.
[기자]
비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는 '수니와칠공주' 멤버들.
헌화를 마친 이들은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와 먼저 갔노. 아직까지 멀었는데, 와 먼저 갔노."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
수니와칠공주 멤버들은 영정으로 마주하고 있는 멤버 서무석 할머니와 빈소에서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펼쳤습니다.
"무석이가 없으면 랩이 아니지! 무석이가 없으면 랩이 아니지!"
지난해 결성된 수니와칠공주 할매래퍼 그룹은 뒤늦게 한글을 함께 배우고 익힌 경북 칠곡 할머니들이 주축으로 결성된 그룹입니다.
인생의 뒤안길 모두가 포기를 생각할 때, 용기를 내어 배움에 나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래퍼 그룹으로 공연 활동도 펼쳐왔습니다.
같은 마을에서 늘 붙어 다녀 '신랑 각시' 같다고 함께 놀림을 받던 단짝 멤버 이필순 할머니는 함께 글을 배우고 공연했던 지난 시절이 벌써 그립습니다.
"(영정 사진은) 싱긋이 웃고 있어서 너는 앞에 가는 게 좋아서 웃나 내가 (그랬어.) 좋아서 웃냐? 나는 막 가슴이 아파 죽겠다. 그랬어."
고인이 된 서무석 할머니는 지난 1월 검진에서 혈액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남은 시간은 3개월 남짓.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할머니는 가족 외에 멤버들을 포함한 주변에 이 사실을 숨긴 채 최근까지 공연에 나섰습니다.
"얼마나 좋으셨으면 정말 젊은이들 열정보다 더 뜨거웠구나. 우리 어머님이 얼마나 좋으셨으면 그 아픔을 견디셨을까…"
가족들은 걱정이 됐지만 너무나 행복해하는 서 할머니의 모습에 말리기보단 활동을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돌이켜보면 그동안에 멀리 있다고 핑계 대고 자주 오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아마 그런 거 풀려고 긴 시간을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수니와칠공주 멤버들은 앞서 간 멤버를 대신해서 계속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래퍼 그룹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하늘나라에 가선 아프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랩 많이 부르고 있거라. 벌써 보고 싶다"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daegurain@yna.co.kr
#수니와칠공주 #경북_칠곡 #할매래퍼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