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도시에 사는 학생들이 시골학교를 다니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작은 학교들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올해 관련 예산이 통째로 삭감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정영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리산 자락에 있는 작은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이게 앞으로 가는 거 아니야? 조금만 더 앞으로‥"
교실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코딩 수업이 한창입니다.
학생 수가 20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처했던 이 학교가 다시 활기를 찾은 건 2년 전.
도시 아이들이 전학을 오면서부터입니다.
현재 전교생은 40명.
이 가운데 서울에서 온 아이들이 22명이나 됩니다.
절반이 넘습니다.
"얘는 2학년이에요. 저는 이제 4학년 돼요. 네."
시골학교를 살리자며 시작한 '농촌유학' 프로그램.
서울 아이들이 농촌으로 전학을 가면 서울시교육청이 초기 정착금 50만 원과 월 최대 50만 원의 유학비를 지원합니다.
올해로 3년째인데, 첫 해 81명에서 지난해 263명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전세아/'농촌 유학' 초등생]
"(서울로) 돌아가기 싫어요. 하늘 쪽을 보면 산들이 엄청 이쁘게 막 보이거든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제동이 걸렸습니다.
'농촌유학' 예산 10억 원이 서울시의회와 교육청과의 갈등으로 전액 삭감됐기 때문입니다.
연간 수백 만 원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학부모들은 속이 탑니다.
[이미나/'농촌 유학' 학부모]
"(서울로) 다시 돌아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사실 그것까지도 고민 중에 있어요. 지원금을 못받게 되면 사실 저는 월세랑 전기세, 수도세뿐만 아니라 지금 난방비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올해 초등생 세 자녀의 농촌유학을 가려고 한 학부모도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서정화/'농촌 유학' 학부모]
"초기 정착금까지 포함해서 (지원금이) 연 750(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약속을 해놓고 안 준다고 그러니까 너무 당황스러운 거예요."
전남 지역의 경우 전교생 60명 이하인 학교가 전체 절반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10곳 중 2곳 이상은 재학생이 30명도 채 안 돼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이나 폐교 위기에 놓였습니다.
50여 개 학교는 서울 학생들이 빠져나가면 당장 문을 닫아야할 판입니다.
[이경진/'농촌 유학' 학부모]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여기 현지에 남아 있는 친구들이에요. 이제 졸업할 학교가 없어지는 거고요. 앞으로 입학할 학교가 없어지는 거에요."
MBC뉴스 정영훈입니다.
영상취재 : 허원철 / 영상편집 : 배우진 / 그래픽 : 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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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기자(jy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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