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가상화폐인 테라·루나가 폭락하면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던 일 기억하실 것입니다. 한때 50조 원에 가까웠던 시가총액이 며칠 사이에 사라져버렸고, 그 피해자만 한 20만 명 정도 됩니다. 이렇게 일이 커지자, 발행업체 대표인 권도형 씨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에 잠적했고, 그 이후에 두바이를 거쳐서 유럽의 세르비아로 도피한 사실이 지난해 말에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어제(23일) 세르비아의 옆 나라, 몬테네그로에서 권도형 씨가 체포됐습니다. 검찰이 곧바로 송환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김덕현 기자입니다.
<기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체포됐습니다.
권 씨는 현지 시각 어제 오전, 동유럽 몬테네그로의 수도 공항에서 측근 한 모 씨와 함께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인터폴 적색수배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체포 당시 권 씨는 코스타리카 국적의 위조 여권을 갖고 있었는데, 본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진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지난해 11월 무효화 된 한국 여권과 위조된 벨기에 여권도 압수하는 한편 문서 위조 혐의로 권 씨를 기소했습니다.
직전까지 세르비아에 머물렀던 권 씨는 공식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경을 넘어 몬테네그로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루나·테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한 권 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왔습니다.
폭락 가능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권도형/테라폼랩스 대표 (지난해 4월 12일) : 스테이블 코인은 언제든 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게 바로 루나 코인입니다.]
싱가포르 당국도 지난달 권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미국 뉴욕검찰도 권 씨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권 씨 국내 송환을 위해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에 착수했고, 동업자인 신현성 전 테라폼랩스 공동대표의 회사도 오늘 추가로 압수수색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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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궁금한 점 김덕현 기자와 더 짚어보겠습니다.
Q. 국내 송환 절차 어떻게 진행되나?
[김덕현 기자 : 우리나라와 몬테네그로 모두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 협약에 가입돼 있습니다. 그래서 법무부가 몬테네그로 당국과 협의에 착수를 했고 범죄인 인도를 위한 공식 청구를 조만간 내릴 방침입니다. 이후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인도 재판이 이루어지는데 항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송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다만 몬테네그로 측이 자국 법 체계로 권 씨의 가상화폐 관련 혐의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단순 추방할 수도 있습니다.]
Q. 다른 나라도 신병 확보 나설 수 있나?
[김덕현 기자 :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권 씨를 수사선상에 올린 미국과 싱가포르가 함께 뛰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에는 증권거래위원회와 뉴욕검찰이 경쟁적으로 권 씨를 쫓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편입니다. 우리 사법당국에서는 이번 권 씨 체포의 근거가 된 인터폴 적색수배가 우리 요청으로 내려진 만큼 먼저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고요. 여러 나라가 경합할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몬테네그로 당국이 범죄인의 국적, 또 범죄 사건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게 됩니다.]
Q. 권도형 체포로 피해 변제 가능해지나?
[김덕현 기자 : 검찰이 앞서 해외 가상화폐 자산 950억 원어치 등을 포함해서 전체 2천억 원이 넘는 권 씨와 권 씨 일당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또 권 씨가 비트코인 1만 개를 현금화해서 스위스 은행에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3천억 원대 자금도 추적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번 권 씨의 체포로 피해자들이 소송 등을 거쳐서 변제받을 길이 열린 셈이기는 한데, 전체 피해액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만큼 극히 일부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김덕현 기자(d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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