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인천 '건축왕'의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남 모 씨의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남 씨 일당 측은 근저당이 잡힌 사실을 알고도 집을 잘못 고른 탓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피해자들 분노를 샀습니다.
박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12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인천 건축왕 남 모 씨.
최근 석 달 사이 남 씨에게 전세 보증금을 떼인 4명이 연이어 세상을 등진 가운데, 피해자들이 법정에 처음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안상미 /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 : 조금 떨립니다. 범죄단체조직죄 이걸로 해야지만 환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피해 회복이 우선이니까.]
법정에서 피해자들은 계약 당시 근저당 때문에 망설이자 공인중개사들이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겼다고 증언했습니다.
임대인이 엄청난 재력가라고 안심시켰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공인중개사가 보증금을 보장한다는 서류까지 작성해줬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은 남 씨와 공인중개사들이 한통속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남 씨 측은 이번 사태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벌어진 사태라며 사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어 아직 경매가 진행 중이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피해가 현실화된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남 씨 측은 전세 피해가 임차인들이 선택한 결과로 돌려 분노를 샀습니다.
근저당이 잡힌 걸 알고도 가격이나 주거 상태 등 다른 조건과 비교해 이득이 있으니 '선택'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심지어 신용정보 회사를 통해서라도 피해자들이 임대인의 채무 상황 등을 확인해볼 수 있지 않았냐고 되물었습니다.
증언에 나서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은 남 씨 일당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범죄단체조직죄 혐의가 추가로 적용된 만큼 엄벌해야 한다며 촉구했습니다.
[최은선/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부위원장 : 저희 아파트에서 희생자가 나왔어요. 그분 죽음이 헛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싸워 보려고 하는 건데….]
재판부는 다음 달 12일과 14일 열리는 재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심문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촬영기자: 신홍
그래픽: 박유동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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