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 몰아낼 것"…지리산 정상 바위에 새긴 독립 염원글 392자
[앵커]
광복절을 앞두고 지리산 정상 해발 1,900m 부근 바위에 100년 전 항일의지를 담은 글이 새겨져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활동했던 의병들이 새긴 걸로 추정되는데요.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안채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해발 1,915m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 아래 바위 절벽.
작업자들이 바위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종이로 본을 뜹니다.
바위에 새겨진 글자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섭니다.
지난해 11월 한 의병장의 후손이 "인근에 선조들이 활동했던 기록이 있다"며 현장조사를 의뢰하면서 국립공원이 2달간 조사를 이어간 결과,
폭 4.2m, 높이 1.9m인 바위에는 총 392자가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글에는 '오랑캐를 크게 통일하는 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924년 나라를 잃은 묵희와 권륜이 썼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기록 시기와 필자의 행적 등을 볼 때, 일제강점기 의병들이 독립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새긴 글귀로 추정됩니다.
"새겨진 시기가 1924년 7월 일제 강점기 시기…묵희라는 분은 독립운동가 구기언과 함께 독립을 위한 양병 활동을 하였다는 기록이…"
전문가들은 지리산 천왕봉의 힘을 빌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고 평가합니다.
"지금 (조선을) 오랑캐가 점령하고 있는데 천왕의 힘을 빌려서 오랑캐를 몰아내고 다시 문명국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
국립공원공단 측은 석각의 역사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추가 조사와 연구를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연합뉴스TV 안채린입니다.
chaerin16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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