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어제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해 도심을 활보하다가 붙잡혀서 다시 공원으로 돌아간 얼룩말 '세로'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최근 부모를 연달아 잃고 홀로 지내면서 외로워했고, 평소에 밥도 잘 먹지 않는 등 방황을 했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지금은 안정을 찾아서 건강한 상태라고 합니다.
세로를 향한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은효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어제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가 도로.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쏜살같이 도로를 가로지릅니다.
[소방관]
"여기 있어! 여기 있어! 발견, 발견!"
딱히 말썽을 부리진 않았지만, 세로의 방황은 마취제를 맞고 3시간 반 만에 끝났습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4살 난 수컷 얼룩말.
[주호진/목격자]
"넘어진 것 보고 조금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잘 들어갔으려나 해서…얼마나 또 나가서 놀고 싶겠어요."
'세로'는 어떻게 우리를 탈출했을까.
집으로 돌아온 '세로'를 찾아 동물원으로 가봤습니다.
350킬로그램 덩치의 '세로'가 부순 나무 울타리의 보수작업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얼룩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룩말 세로가 탈출한 방사장입니다. 현재는 뒤편 내실에서 사육사들이 세로를 돌보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세로'가 무언가에 놀라 울타리 바깥으로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허호정/서울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정말 번개같이 달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전을 함과 동시에 전 직원이 달렸지만 이 친구의 속력을 저희가 따라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 세로는 다리에 찰과상만 입었을 뿐 큰 상처 없이 돌아와 쉬고 있습니다.
[사육사 (오늘 오후)]
"세로, 괜찮아? 세로야."
지난해부터 부쩍 외로움을 탔다고 사육사들은 말합니다.
2019년 동물원에서 태어났지만, 2년 뒤 엄마 '루루'에 이어 작년엔 아빠 '가로'를 차례로 잃었습니다.
졸지에 고아가 되면서 밤이 돼도 잠자리로 쓰는 내실에 들어가길 거부하는가 하면, 이웃인 캥거루와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허호정/서울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우리 사람도 그렇지만 당연히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느낄 수밖에 없는 거죠."
딱한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세로의 동영상에 '건강하라' '잘지내라'는 응원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동물원 측은 혼자 지내는 세로에게 내년에 암컷 짝을 만들어주는 한편, 1.3미터 울타리를 더 높이는 등 안전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 영상편집: 권나연 / 영상제공: 서울어린이대공원, 서울광진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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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근 / 영상편집: 권나연
제은효 기자(jeny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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