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응시자 6백여 명의 답안지가 채점도 하기 전에 파쇄되는 일이 일어나 피해자들이 소송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거 다른 국가시험을 둘러싼 소송에서도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아낸 사례가 있었는데,
무엇이 쟁점이었는지 홍민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2020년 12월.
서울의 한 여고에서 4교시 탐구영역 시험 중 종료종이 2분 일찍 울렸습니다.
종이 잘못 울렸다는 걸 안 감독관들이 황급히 시험지를 다시 돌려줬지만, 수험생들은 갑자기 일어난 혼란으로 문제를 풀지 못했다며 방송 담당 교사와 서울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수능 시험 관리는 국가 행정과 관련된 일이고, 공무원인 교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진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겁니다.
교육공무원을 뽑는 시험인 '임용고시'에서도 수험생들과 국가 사이에 소송전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확진자는 시험을 치를 수 없도록 한 교육 당국 지침이 부당하다며 수험생 40여 명이 소송을 낸 겁니다.
재판부는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게 할 수 있는데도 무조건 응시하지 못하게 한 건 과도하다며, 역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수능 시험에서 반입 가능한 시계를 잘못 설명하거나, 시험을 늦게 시작하는 등 감독관의 실수에도 국가의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을 어겨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인권 존중, 객관적 주의 의무 등 공무원이 지켜야 할 준칙을 어긴 경우도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 2014년 수능 '세계지리' 과목 출제 오류로 빚어진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진 않았습니다.
문제 오류가 확인된 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적극적으로 구제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한 겁니다.
[김성훈 / 변호사 : 사후적인 조치들을 통해서 권리 구제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면 손해 범위를 원래 예정한 것보다는 낮게 (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답안지 파쇄 사태에 대해선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의 과실이나 위법이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피해자들이 소송을 낼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다만 국가의 관리 감독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 공단 측의 대책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등에 따라 손해배상액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영상편집 : 문지환
그래픽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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