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의 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거란 뉴스 들어보셨을 텐데요.
프랑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올해부터 연금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프랑스 정부가 결국 연금 개혁을 강행 처리했는데, 시민들 반발은 여전히 거셉니다.
강하나 리포터입니다.
[기자]
밤늦은 시간까지 도심을 가득 채운 시민들.
경찰과 충돌도 이어집니다.
프랑스 정부가 정년과 함께 납부 기간도 늘리는 연금 개혁 법안을 의회 표결도 건너뛴 채 강행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겁니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여론은 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도 파업을 이어가면서 곳곳은 쓰레기 더미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시위 소음과 수북한 쓰레기를 기꺼이 견디고 있습니다.
[오딜/ 프랑스 파리 : 쓰레기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쓰레기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죠. 쓰레기 더미가 문제의 근본이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우리가 미래에 어떤 세상을 원하느냐인 겁니다.]
[에릭/ 프랑스 파리 : 국가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파업이나 시위를 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연금 개혁을 밀어붙인 이유는 뭘까.
프랑스는 유럽 주요 나라 가운데 연금 수령 나이가 가장 낮고 연금이 소득을 대체하는 비율이 74%에 이릅니다.
미국 51%, 독일 53%, 한국이 4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소득대체율이 단연 높습니다.
그만큼 재정 부담도 큽니다.
프랑스 연금 재정은 당장 올해부터 한국 돈으로 약 2조 원대의 적자로 돌아서고, 2050년이면 61조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현지에서 일하며 연금 보험료를 내는 동포들은 연금 고갈 위기를 맞은 고국과 프랑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이 문제를 저출산과 미래 세대 부담에 집중하는 한국에 비해 프랑스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일과 삶의 균형'에 더 큰 무게를 둔다고 말합니다.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미래에 보험료 상승 등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는 청년들조차 정년 연장에 따른 노동 시간 증가 등을 들어 연금 개혁에 반대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18~24세 청년층이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비율은 79%나 됩니다.
[최정우/ 프랑스 파리 : 프랑스에서는 사실 세대 차이 이런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젊은 사람들도 자기들이 앞으로 일해야 할 노동시장의 문제, 자기가 앞으로 몇 살까지 일해야 하는가 여러 시위나 행사가 세대와 무관하게 벌어지고 있고….]
[최장민/ 프랑스 파리 : 프랑스는 노동권에 대해서 민감한 것이 사실이고 그런 부분이 반영되다 보니까 사실 계층을 막론하고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마크롱 정부가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화내는 것 같아요.]
정치 생명까지 걸고 국가 재정 부담 덜기에 나선 마크롱 대통령이 다수 반대 여론에 휩싸인 연금 개혁 조치를 과연 안착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YTN 월드 강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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