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엄을 몰랐던 것은 국무위원들만이 아닙니다. '군 서열 1위' 합참의장도 어젯밤(3일) 10시 30분 출근한 뒤에야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반면 국방부는 김용현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김 장관이 군 지휘 체계까지 무시한 채 계엄을 설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선의 기자입니다.
[기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 경호처장을 거쳐 장관에 임명됐습니다.
대통령의 고교 선배여서 요직에 앉힐 때부터 우려가 컸습니다.
그중 하나가 계엄 가능성이었지만 김 장관은 지난 9월 인사청문회 당시 말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김용현/국방부 장관 (지난 9월 / 인사청문회) :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 그러면 어떤 국민이 과연 용납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군도 따르겠습니까?]
어젯밤과 같은 '비상계엄'을 찍어서 물었을 때도 당당했습니다.
[부승찬/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9월 / 인사청문회) : '경비계엄'이면 모르겠지만 '비상계엄'일 때는 달라지지요.]
[김용현/국방부 장관 (지난 9월 / 인사청문회) : 글쎄요. 그것은 하여튼 그렇습니다, 제 생각은.]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습니다.
국방부는 김용현 장관이 직접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참의장은 배제됐습니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JTBC에 "의장님은 계엄에 대해 어젯밤 10시 30분쯤 출근한 뒤에야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계엄을 선포할 때 알았다는 겁니다.
김 의장이 상황을 파악한 직후인 밤 10시 43분, 김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40여 분 뒤 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계엄 업무'를 맡고 있는 김 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습니다.
해군 출신 김 의장과 달리 김 장관과 같은 육사 출신인 박 총장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으로 열린 '국군의날 행사'의 기획단장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김 의장과 달리 김 장관이 처음부터 계엄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부 국무위원뿐 아니라 합참의장까지 배제하는 은밀한 계엄을 설계한 게 불과 석 달 전 "계엄이 가능하겠냐"고 비꼬았던 김 장관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립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내일 김 장관과 김 의장, 박 총장에게 모두 국회로 나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영상취재 김영묵 박재현 / 영상편집 강경아 / 영상디자인 황수비]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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