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멀쩡히 임무를 수행하던 전투함을 고장이 났다면서 제주로 몰고 가도록 한 해군 함장이 적발됐습니다. 왜 그랬는지 조사를 했더니 직속상관의 이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허위 보고를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박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6월 12일, 해군 제3함대 소속 1500톤급 호위함 전남함이 임무 수행 중이던 해역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상부에는 출동 중 장비가 고장 나 급히 수리가 필요하다고 보고했습니다.
전남함은 다음날 새벽 6시반 쯤 가까운 제주 기지에 입항했습니다.
전남함이 이탈하면서 대기 중이던 다른 함정이 경비임무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입항 3시간 반 뒤 함장 A 중령이 제주에서 열린 직속 상관 이취임식에 참석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애초부터 전남함엔 고장은 없었습니다.
감찰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파악한 해군은 함장 A 중령과 지시를 받은 실무자 4명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왔습니다.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6월 12일 A 중령은 부하들을 함장실로 불러 '장비가 고장 나 제주항에 입항을 원한다'고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실무자들이 긴급 수리 요청 공문을 서둘러 작성했고, 다시 A 중령 등의 결재를 거쳐 해군 3함대사령부 수리창 등에 허위 보고가 이뤄졌습니다.
A 중령은 "장비 고장 보고를 받고 후속 조치를 지시했을 뿐"이라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지만, 실무자들은 '이취임식에 참석하겠다는 함장의 지시를 받고 허위 공문을 작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A 중령은 SBS와 통화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양쪽 입장이 달라 다툼이 있는 사건"이라면서 "말하기가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도 전남함 이탈을 중요 사건으로 분류하고 해군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정성훈)
박재연 기자(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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