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968년 2월 12일, 베트남전에 파병된 우리 해병대 청룡부대가 퐁니, 퐁넛 마을에 진입했습니다. 베트콩으로 알려진 게릴라를 색출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한국군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어린이와 여성, 노인을 비롯한 마을 주민 70명이 숨졌습니다. 몇 해 전부터는 우리 법원에서 관련 재판이 이어져왔는데, 오늘(7일) 재판부가 그때의 일을 학살 행위로 처음 인정하고 우리 정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68년 퐁니 마을에 살던 당시 8살 응우옌 티탄 씨.
한국 해병대의 '학살'로 어머니와 형제 등 가족 5명이 숨지고 자신도 총상을 입었다며, 지난 2020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3천만 10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오늘 대한민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정부는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군이 가해자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군인들이 응우옌 씨 집에서 총으로 위협해 가족들을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총격을 가했다"며 "가족은 현장에서 숨졌고 응우옌 씨 등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어머니는 외출 중이었는데 군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곳으로 강제로 모이게 한 뒤 총으로 사살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며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응우예 티탄 : 영혼들도 이제 안식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나도 기쁩니다.]
소멸시효 만료 여부도 쟁점이었는데, 재판부는 응우옌 씨가 국교 단절 등 그간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던 사유가 있었다고 보고, 정부 측의 소멸시효 만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우리 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의 배상 책임을 공식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이선경/응우옌 씨 변호사 :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인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을 상대로 해서도 저는 이 판결로 되게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무부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외교부는 "양국은 과거의 불행한 일을 지나간 일로 보고 유례없는 관계 발전을 이뤘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정성훈, CG : 최재영·최하늘)
하정연 기자(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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