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명 '마루타 실험'으로 악명 높은 일본 731부대의 14살 소년병이 80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목격했던 만행을 생생히 증언하며 일본 정부를 대신해 희생자들에게 사죄를 표시했습니다.
베이징 강정규 특파원입니다.
[기자]
중국 하얼빈에 있는 731부대 유적지.
94살 백발 노옹이 비석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입니다.
1945년, 14살 소년병에 차출됐던 시미즈 히데오가 80년 만에 생체 실험 현장을 다시 찾은 겁니다.
희생자들에게 참회의 뜻을 밝힌 히데오는 당시 목격했던 만행을 생생히 증언했습니다.
[시미즈 히데오 / 전 일본군 731부대 소년병 : 한 여성의 뱃속에 태아가 있는 데도 (둘다) 잔인하게 인체 표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세균 무기 개발을 명목으로 산 사람을 잡아서 반인륜적 의학 실험을 자행했던 731부대.
패전 직전엔 증거 인멸을 위해 시설을 폭파하고 인체 실험 대상인 '마루타'들을 집단 학살했습니다.
이런 전쟁범죄에 넉 달 동안 가담했던 히데오는 오랜 침묵을 깨고 2015년부터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생전 마지막 여정이 될지 모를 이번 중국행에 일본 의학계에서 20여 명이 동행했습니다.
[하라 후미오 / 전쟁과 의학 연구회 전 간사 : 참혹한 역사가 잊혀지면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생존한 731부대원의 최후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진청민 / 731부대 유적지 전시관장 : 양심과 인간성을 가진 일부 731부대원들이 나서서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매우 드문 일입니다.]
한국인 희생자들도 적지 않았던 731부대의 존재 자체를 일본 정부는 여전히 부정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YTN 강정규입니다.
YTN 강정규 (liv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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