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상호 관세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려도 트럼프의 답은 '버티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발효 13시간 만에 90일 유예로 한발 물러섰고 유예 연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어도 흔들리는 미국 국채 시장을 가만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트럼프가 주도해 온 관세 정책은 발표 때마다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율만 보더라도 당초 25%였지만, 백악관 행정 명령서엔 26%라고 기재해 혼선을 빚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다시 25%로 정정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각국을 향해 비현실적인 관세율을 발표할 땐 "버티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발효 13시간여 만에 이걸 다시 뒤집은 겁니다.
가장 큰 배경은 미국 국채란 관측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채권 시장은 정말 까다롭습니다. 저도 지켜보고 있었지만 지금(유예 후) 보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젯밤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걸 봤습니다.]
관세 공포에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내던졌고, 그 여파로 국채 가격 급락, 즉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게 트럼프를 압박했단 겁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무차별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등 내부 균열도 이런 입장 변화에 한몫했단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 적자 해소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만큼, 관세 카드는 여전히 유효한 걸로 보입니다.
당장 우리 교역 규모 1, 2위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할 경우 우리로선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을 우리나라로 대량 밀어낼 경우, 우리 내수도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정인교/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 및 풍선효과로 인해 우리의 제3국 수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만 기회도 있습니다.
[여한구/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 중장기로 보면 미국과 협력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조업을 미국이 재건하면서 파트너가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많이 갈 수 있습니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다 미·중 간 관세 전쟁까지, 우리 셈법도 더 복잡해지게 됐습니다.
[영상취재 조셉리 / 영상편집 김지훈 / 영상디자인 곽세미 이정회]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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