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과 언어 발달 등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증을 딛고 대학생이 된 동포 청년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아들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며 넓은 세상을 보여준 아버지가 있었는데요.
역경을 함께 이겨낸 캐나다 한인 가족을 소개합니다.
밴쿠버 근교 버너비 시내의 한 쇼핑몰.
명문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각자의 필기를 서로 비교하며,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을 추려보는 학생들,
그중 특히 열성적으로 친구들에게 동물의 호흡 방식을 설명하는 사람이 눈에 띄는데요.
생물학자를 꿈꾸는 대학교 1학년 민가빈 씨입니다.
[민가빈 / 캐나다 밴쿠버 : 어렸을 때 수족관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 그러다 보니까 왠지 생물을 보고서 갑자기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거든요. 연어 알 낳는 것도 보고 어떻게 연어가 이렇게 물살이 센 곳에서 살아남을까?]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주한 뒤 낚시와 승마, 스키 등을 통해 캐나다의 자연환경을 만끽하며 자란 가빈 씨.
가빈 씨가 이처럼 학업에도 열정이 넘치고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기까지는, 남들보다 힘들게, 훨씬 더 많이 노력해 대학교에 진학한 사연이 있습니다.
[민동필 / 민가빈 씨 아버지 :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해도 담임 선생님이 애가 단어도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가빈 씨는 5살 때 병원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여느 아이들과 다르다는 전문가의 이야기에 아버지 민동필 씨는 고심 끝에 큰 결단을 내렸죠.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코넬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연구 분야를 완전히 바꾼 겁니다.
전공인 생화학을 접고, 아들처럼 자폐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교육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민동필 / 민가빈 씨 아버지 : 행동을 반복 훈련을 시키면서 한다든가 이거 가지고는 아이들이 두뇌 자체를 발달시킨다는 건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는 내가 직접 자폐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동필 씨와 아들 가빈 씨의 두뇌 계발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말을 꺼내지 못하던 아들에게 몇 년 동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고 대답을 유도하면서 말문이 트이게 했고,
대화가 가능해진 이후로는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민가빈 / 캐나다 밴쿠버 : 주변 다니면서 아빠가 보고 설명하라고 하는 것 뭐든지 보고 설명(했어요). 보는 것만 가지고는 안 돼요. 학교 공부에도 직접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것을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계속해왔거든요.]
가빈 씨를 어엿한 대학생으로 키워낸 아버지의 소망은 아들의 온전한 자립.
그동안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를 위한 공부법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논문과 SNS 글, 칼럼 형식으로 세상에 소개해왔는데요,
아들을 포함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든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연구 성과를 계속 공유해나갈 생각입니다.
[민동필 / 민가빈 씨 아버지 : 한 사람의 삶이 자유로워서 어떤 것에도 걸림이 없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공부 방법들을 마무리 짓는 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저는 봅니다.]
YTN 안보라 (kwonjs10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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