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남부지역 농촌이 이례적인 중국 벼멸구떼 습격에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전북 임실지역은 벼 재배면적의 70% 이상이 피해를 입었는데요.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호남지역을 이창익, 최황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수확기를 앞둔 임실지역 논을 하늘에서 내려다봤습니다.
불과 20일 전만 해도 멀쩡했던 곳이지만, 급증한 벼멸구로부터 흡즙을 당한 벼가 색이 변하고 쓰러져 곳곳이 누더기나 다름없는 모습입니다.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자 줄기를 빨고 있던 벼멸구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옵니다.
[이강열/전북 임실군 신평면]
"이게 쭈글쭈글해서 완전히 정미를 하게 되면 정미가 안될 정도로 싸라기가 나와서 쌀 구실을 할 수 없는…"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벼멸구의 증식이나 활동은 줄었어도 피해 면적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까지 집계한 전북 벼멸구 피해면적 2,700헥타르 중 임실은 전체의 70%인 1,900헥타르에 이릅니다.
이후 닷새 만에 피해는 2,500헥타르까지 늘었는데 이는 임실군 전체 벼 재배면적의 70%에 가깝습니다.
군은 수확 시기를 앞당기더라도 쌀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최소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박종현/전북 임실군 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
"주변 벼들은 이미 착즙이 이미 시작된 상태라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수확을 했을 때 손해가 될 분들도 꽤 많습니다."
황금빛으로 일렁여야 할 들녘이 폭탄이라도 맞은 듯 군데군데 패어 있습니다.
말라버린 벼를 털어내니 수십 마리의 벼멸구떼가 흩어집니다.
수확을 코앞에 두고 농민들도 망연자실합니다.
[오재룡/벼 재배 농민]
"수확하기도 힘들지만 수확해도 피해가 약 50% 정도…"
벼멸구는 벼의 즙액을 빨아 먹는 해충입니다.
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와 폭염 속 빠르게 번식했습니다.
벼멸구 때문에 벼가 이렇게 하얗게 죽었는데, 최근에 내린 극한 호우로 벼 도복 피해까지 발생해 논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늘어가는 병해충에 각종 방제도 소용없습니다.
[오재식/벼 재배 농민]
"하여튼 병해충이란 병해충은 다 생겨서 농민들이 아무리 방제를 하더라도 한 50% 방제가 될까 말까."
전남의 벼멸구 피해 면적은 1만 9천ha, 호우 피해도 8천ha에 달합니다.
유례없는 규모에 정부도 벼멸구와 호우 피해 벼를 모두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수확.
극한 호우에 병해충까지 확산하며 가을을 맞은 농촌이 시름에 빠졌습니다.
MBC뉴스 최황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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