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람보다 사슴이 더 많이 사는 섬이 있습니다.
작물을 싹쓸이하고 묘지도 파헤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사슴들이 해안가를 걷다 바다로 뛰어듭니다.
줄 맞춰 헤엄을 쳐서 반대쪽 섬으로 넘어갑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뒷산에선 사슴들이 풀을 뜯어 먹습니다.
뿔 달린 아빠 사슴도 새끼를 데리고 왔습니다.
전남 영광에서 배로 2시간 떨어진 안마도.
또 다른 이름은 '사슴섬'입니다.
주민은 150명인데 사슴은 6백 마리가 넘습니다.
주변 섬까지 합치면 천 마리가 될 거라고 주민들을 말합니다.
지난 1985년쯤 한 주민이 녹용을 팔려고 데려와 키웠는데, 상품가치가 떨어지자 버렸습니다.
그 뒤로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젠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강용남 / 전남 영광군 안마도 주민 : (처음에는) 키울 욕심으로 (사슴을) 가져왔는데 하다 보니까 한두 마리가 늘어나다 엄청나게 늘어나 버린 거예요. 그리고 여기 것만이 아니고 이게(사슴이) 수영해서 다녀요.]
텃밭에 심은 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묘지도 파헤치기 때문입니다.
그물망을 쳐놔도 소용이 없습니다.
[김삼중 / 전남 영광군 안마도 주민 : 사슴이 못 뛰어넘을 정도로 그렇게 전부 울타리를 쳐놓고 있거든요. 그걸 쳐놔도 겨울에 먹이가 없으면 한 2~3m까지 뛰어넘어요. 안에 들어와서 아주 아수라장을 만들고….]
현행법상 사슴은 가축이라 잡지도 못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에 물어봐도 딱히 방법이 없자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연락했습니다.
먼저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국민 4천6백 명 중 70%가 이 정도면 야생동물이라고 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번처럼 야생화된 가축이 피해를 줄 경우 특정 지역에 한해 유해동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72%에 달했습니다.
총으로 쏴서 잡자는 답도 60%가 넘었습니다.
일본 미야지마처럼 사슴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권익위는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달 초 관련 부처, 환경 전문가와 함께 해법을 찾을 생각입니다.
사람의 잘못으로 시작된 문제인데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상생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지 관심이 쏠립니다.
YTN 이승배입니다.
영상편집;이현수
그래픽;김효진
YTN 이승배 (s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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