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지원에 천8백억 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말 그대로 신속 재가했습니다.
가스공사가 내야 할 미수금을 고려하면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지만 뭔가 긴급 조치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실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김은혜 / 대통령실 홍보수석 : 유례 없는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취약계층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지기 바라는 마음에서 신속하게 내려진 재가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정책적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하지만 난방비 폭탄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 또한 의식하지 않았겠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 말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줄고, 긍정 평가가 오르며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는데
올해 1월 들면서 이렇게 긍정평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부정평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난방비 폭탄의 영향이라는 여론조사 기관의 분석이 나왔었죠.
또, 한 가지, 어제부터죠.
2월 난방비 고지서가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1월 난방비 인상은 '애교' 수준일 거란 얘기가 나왔었는데, 지금 보시는 화면이 한 주민이 받은 2월 고지서인데요.
12월에 3만 원대였던 가스비가 1월에는 9만 원대로 3배 올랐는데, 2월에는 20만 원을 넘었습니다.
12월과 비교하면 6배 넘게 오른 거죠.
영하 10도 아래의 강추위가 이어졌던 이달 난방비가 2월 요금에 반영돼 나올 테니 민심은 당분간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지원책은 취약계층에 맞춰져 있는데, 정작 취약계층도 몰라서 못 받는 지원금이 적지 않다는 자료까지 공개가 됐습니다.
가스료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은 가구는 줄긴 했지만, 지난해에만 41만 가구라고 하고요.
에너지 바우처를 수령하지 않은 가구는 더 늘어서 13만 가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계당국에 철저히 안내하라는 대통령의 당부도 이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의 신속 재가는 가스요금 올리더라도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꺼야겠다는 판단도 있었겠죠.
그래서 더 눈에 띄는 단어 '중산층'입니다. 난방비 경감 방안을 언급하면서 서민뿐 아니라 처음으로 '중산층'도 언급했는데요.
난방비 경감 방안이 추가로 나올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정책 행보와는 별도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제기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고발 조치도 신속하게 진행이 됐습니다.
어제 바로 김의겸 대변인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는데요. 정현우 기자의 보도 보시죠.
[기자]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우리기술'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대변인 김의겸 의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습니다.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낸 겁니다.
대통령실은 '우리기술'이 작전 종목이란 근거가 전혀 없고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없이, 단정적인 가짜뉴스를 공표한 것은 악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발 환영' 운운하며 2차 가해까지 저질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여사 관련 의혹 제기를 이유로 대통령실이 야당 의원에 법적 대응에 나선 건 장경태 최고위원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국민의힘도 인격 살인 같은 거짓 폭로라며 김 의원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정진석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흑석동 재개발 '몰빵'으로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쫓겨났던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의 엽기적인 행각, 우리 국민이 언제까지 감내하며 지켜봐야 합니까?]
민주당 김의겸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의혹 제기는 정당하다며 고발당한 것을 계기로 주가조작 의혹의 진실이 투명하게 드러나길 바란다고 맞받았습니다.
[김의겸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검찰이 수사를 하고 기소를 했을 때만 혐의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면 그건 윤석열 정부가 정치 탄압만 하는 게 아니고 국어도 탄압한 거다….]
민주당도 김 여사 주가조작 TF를 띄우기로 하고,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비롯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맞불을 놓았습니다.
[앵커]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성역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는데요. 겁먹지 않겠다며 고발했으니 조사받겠다고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김의겸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김건희 여사가 용산에서 일종의 성역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된 어떤 비판, 논평 이런 것들이 제기되면 즉각적으로 반박하고 달려들어서 지금 고발을 하지 않습니까? 저도 고발을 했으니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적지 않은 고초를 겪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거기에 겁먹지 않겠습니다.]
"부르니 가겠다"는 김의겸 대변인의 입장, 이재명 대표와 같았네요.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추가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대선에 패배한 사람으로서 오라니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조사 과정의 부당함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대선 패배로 국민도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는데요. 박기완 기자의 보도 보시죠.
[기자]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 승자의 발길질을 당하고 또 밟힌다 한들, 우리 국민의 고통에 비교하겠습니까? 저를 재차 소환하고 싶어 하니, 또 가겠습니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서도 결연히 검찰 수사에 맞서겠다면서, 의원 동원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꼭 홀로 출석하게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검찰 수사에 맞서 이번 주말 윤석열 정부의 실정 규탄을 위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여는 등 대대적인 장외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조정식 /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대해서 보다 더 공세적으로 따지고 싸울 것이며 또한 주말에는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아전인수식 궤변을 쏟아내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죄가 없다고 펄펄 뛰면서도 검사의 질문에 입을 닫고 있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쏘아붙였습니다.
[성일종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핍박받는 민주투사인 양 어설픈 코스프레 그만하시기 바랍니다. 뉴스의 가치도 없는 부패한 정치인의 추한 궤변을 국민께서 더 들어서야 되겠습니까?]
민주당이 여론전에 나선 걸 두고는 이재명 대표가 방탄을 읍소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 : 제 1당이 장외로 나간다는 건 스스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 국회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여당인 국민의힘은 새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오늘 컷오프 규모를 확정합니다.
원래 4~5명 수준으로 1차 컷오프를 했는데 이번엔 3~4명 선으로 본선 진출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강 구도를 이룬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비방전이 치열해졌는데요. 들어보시죠.
[김기현 / 국민의힘 의원(어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당내 현역의원들 중에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지금도 여전히 비판을 위한 비판, 발목잡기만 계속한다면 결코 성공적인 모습으로 당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안철수 / 국민의힘 의원 : 여러 의원 분들이 사실은 지지 의사도 표명하셨습니다.김기현 의원께서 네거티브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더니 또 하루 만에 번복하시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티격태격하던 두 의원, 공식 일정에서는 각자의 장점을 강조했습니다.
김기현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안정적 관계를,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연대론을 강조했네요. 권남기 기자의 보도 보시죠.
[기자]
주말 대규모 수도권 출정식으로 조직력을 과시한 김기현 의원은 전통적 텃밭인 서울 강남 지역을 찾아 풀뿌리 당심 잡기에 나섰습니다
같은 날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진 친윤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서 대통령실과의 안정적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김기현 / 국민의힘 의원 : 티격태격 안 하고 대통령하고 다른 소리 하면서 당내 분란 일으키는 것 없이 잘 서로 간에 의견 맞춰서….]
이에 맞선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연대와 중도 확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다지는 모습입니다.
함께 당권 도전에 나선 경쟁자 윤상현 의원의 인천 지역구 사무실에 직접 모습을 비치기까지 했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힘 의원 : 사실 당 대표 뽑는 기준 하나밖에 없습니다. 누가 수도권에서 한 표라도 더 가져올 수 있는가….]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주목받는 한 사람이 또 등장했습니다.
바로 홍준표 대구시장인데요.
당이 현직 대통령이 아닌 미래 권력에 넘어가면 안 된다며 사실상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견제하는 발언을 한 겁니다.
벌써 대선 모드인가요.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갈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2007년 치열한 경선 끝에 이명박 대통령이 됐지만, 재임 중 단 한 번도 박근혜 당시 의원을 의식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결국 당 장악을 못해 타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충돌 사례는 바로 세종시 수정안이었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지만, 친박계가 행정수도 원안을 고수하며 반대해 국회에서 부결되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박희태 / 당시 국회의장(지난 2010년) :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박근혜 / 당시 한나라당 의원(지난 2010년) :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깨진다면 끝없는 뒤집기와 분열이 반복될 것입니다.]
이에 안철수 의원은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그대로 대입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힘 의원 : 계파 정치의 폐해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박근혜 대표를 따르는 분이 많이 계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는 계파가 없습니다. (당시에는) 총선 치르고 바로 그 해 대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런 현상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경우가 완전히 다릅니다. 지금은 대통령 임기 초반이고 대선이 3년이나 남은 기간에 총선이 치러집니다. 그러니까 전혀 다른 경우이기 때문에 그걸 직접 대입한다는 건 옳지 않습니다.]
여야도, 당내에서도 갈등이 이어지는 정치권이지만 초당적으로 정치개혁을 해보자는 모임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안 보인 분들이 있습니다.
친윤계, 친이재명계는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는데요. 선거법 개혁이 민생보다 시급하지 않아서라고 하네요.
그래도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국회의원 절반 가까이가 참여했다고 하니 국민이 공감할 개혁안 기대해보겠습니다.
모임 모습 보면서 정국 브리핑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진표 / 국회의장 : 제가 아는 한 정치개혁을 위해서 여야가 선수와 지역에 관계없이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함께 모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년 총선이 갈등을 줄이고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더 나은 제도로 치러진다면 그러면 이제 국민들은 그때부터 정치권을 신뢰하기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정진석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소선거구제로 인해 강화되는 지역 대립 구도를 선거 제도 개선으로 막아보자 이런 제안 아니겠습니까. 저는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시도, 노력은 참으로 의미심장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 대표성과 비례성이 제대로 보장이 되고 지역주의가 해소되는 제대로 된 정치 체제를 만드는 일은 정치인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장님과 정진석 대표님을 포함한 여러 의원님들께서 만들어주시길 기대하고….]
YTN 이정미 (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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