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때아닌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5월 넷째 주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 천 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25.7명으로,
독감 유행 기준인 천 명당 4.9명의 무려 다섯 배를 초과한 수준입니다.
특히 독감 환자 가운데 7세부터 12세 사이 아이들의 독감 비율은 19세부터 49세, 성인 발생 비율의 두 배에 육박했지만,
정작 아이에게 먹일 해열제가 품귀 현상을 보여 밤샘 '열 보초'를 서는 부모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90%에 달하는 국내 판매 1, 2위 어린이 해열제가 제품 이상으로 잇따라 제조,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인데요.
챔프 시럽은 일부 제품에서 갈변 현상이 발생했고, 콜대원 키즈펜시럽도 가루와 액체가 분리되는 상 분리 현상이 나타나 줄줄이 판매가 중지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체품 확보에 나섰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습니다.
어린이 해열제로 주로 쓰이는 현탁액은 알약보다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갑자기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고,
소아 인구마저 줄면서 많은 제약사가 이미 관련 생산 시설을 감축한 상황입니다.
약국에서 구할 수 없자, 부모들이 맘 카페를 통해 직접 약을 구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개인 간 약품 거래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펄펄 끓는 아이를 방치할 수 없어 '해열제 품앗이'를 자처하고 나선 겁니다.
정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식약처는 지난 2일, 해열제 주요 제조 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수급 현황과 생산 계획을 점검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 해열제 공급난이 조기에 나아지긴 어려워 아이의 잔기침 한 번에도 부모님들은 애를 태우는 긴장의 날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YTN 박석원 (anc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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