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 합동묘소에 모셨던 광복군 17위, 77년 만에 국립묘지로]
사흘 내내 이어져던 폭우가 잠시 멎었던 어제 오후, 서울 수유리 국가관리묘역.
국군 장병들이 태극기로 정성스럽게 감싼 상자에는 광복군 합동묘소에 안장됐던 광복군의 영현이 담겨 있습니다.
김유신, 김찬원, 백정현, 이해순, 현이평, 김순근, 동방석, 이도순, 이한기, 조대균, 김성률, 김운백, 문학준, 안일용, 전일묵, 정상섭, 한 휘 지사 등 모두 17명입니다.
이윽고 존영과 위패를 든 의장대 장병들이 묘역을 내려오고, 수습된 영현이 담긴 상자를 든 장병들도 뒤따릅니다.
지난 1961년 광복군동지회가 조성한 수유리 합동묘소에 안장됐던 광복군 17위의 영현이, 77년 만에 국립묘지로의 이장 절차를 밟게 된 겁니다.
광복군 17위는 국립묘지 안장에 앞서, 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지청천 장군의 묘역을 찾아 인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광복군 17위의 영현은 우선 서울현충원에 임시 안치됐는데, 오늘(12일)과 내일(13일) 이틀 동안 국민 추모와 참배 기간을 갖고, 광복절 전날인 오는 14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 예정입니다.
["조국 위해 희생한 광복군, 잊히지 않았으면"]
광복군 제2지대 소속으로 활동했던 백정현 지사의 조카인 백공수 씨도, 큰아버지의 영현이 국립묘지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수유리 묘역을 찾았습니다.
백 지사는 지난 1942년 중국 스좌장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하던 중 일본군에게 체포됐고, 탈옥을 기도하다 실패해 1945년 8월 17일 총살됐습니다. 불과 스물여덟의 나이였습니다.
"큰아버지께서 독립운동하다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죠. 저희 같은 경우는 제 아버지가 계셨으니 (큰아버지인 백 지사가) 훈장도 받으시고 공적에 대해서도 인정받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거든요. 세월이 지나다 보니까 광복군들이 잊히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백 지사처럼 방계 후손이나마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에 이장되는 광복군 대부분은 20~30대의 젊은 나이에 순국하면서 자손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광복을 맞은 이후 이들을 모실 국립묘지도 마련되지 않았을뿐더러, 직계 후손이 나서서 절차에 맞춰 국립묘지에 이장을 신청하는 절차도 밟을 수도 없었던 겁니다.
선친이 광복군 제2지대 공작조장 등으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이재현 지사였다며 말문을 연 이형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장도, 기자에게 '광복군의 역사가 점점 잊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 사업회가 지난 5월에 광복군 17위를 국립묘지로 이장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어요. 그동안 꾸준히 건의해왔던 사안인데, 이렇게 이장이 이뤄지게 돼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광복군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만큼, 광복군 기념관 등을 건립해서 국민들이 기억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수유리 광복군 합동 이장이 정부가 후손 없는 광복군 선열들을 기리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직접 추진한 첫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77년 전 우리 민족이 36년간 이어진 어둠을 걷어내고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피를 흘리셨던 독립영웅들이 계셨기 때문"이라며 이번 국립묘지 이장이 국가적 예우 속에 이뤄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 영상취재: 국방부 공동취재단
** 영상제공: 국가보훈처
홍의표 기자(euypy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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