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오늘, 즉 5월 31일 아침 6시 29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고, 이 발사체가 어청도 서쪽 200 킬로미터 해상에서 비정상적 비행으로 추락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시간 반 만에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Q. '6월 발사' 언급이 노린 것?
북한은 당초 일본 해상보안청에 5월 31일부터 6월 11일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로 '6월 발사'를 언급했습니다. 6월 발사라고 하면 5월 31일은 제외되기 때문에, 31일 발사는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속임수였습니다. 한미일 정보당국의 감시를 느슨하게 하게 하기 위해 31일 발사를 염두에 두고도 일부러 6월 발사를 흘린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가며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발사는 실패했습니다.
북한 발표를 보면 1단 추진체 분리 이후 2단 엔진의 비정상이 문제였다고 하는데요. 신형 엔진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새로 만든 신형로켓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위성발사 능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은 오늘 이전에 장거리로켓을 6번 발사했는데, 가장 최근에 있었던 두 번, 즉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에는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이 두 번의 경우도 궤도에 올라간 위성이 제대로 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능력 자체는 북한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이 빠른 시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리 머지 않은 시기에 추가적인 발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번 발사가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미국도 북한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Q.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는 이유?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렇게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찰위성을 발사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바로 직전 발사였던 2016년 2월 발사 때까지만 해도 위성을 빙자한 장거리로켓 발사로 장거리탄도미사일, 즉 ICBM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을 했습니다. 3단 추진체에 위성을 싣고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느냐 3단 추진체에 탄두를 싣고 대기권 재진입을 통해 목표물을 타격하느냐를 제외하곤, 위성을 실은 로켓이나 ICBM의 기술적 차이가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위성 발사가 ICBM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좀 철 지난 얘기입니다. 북한은 이미 ICBM을 수 차례 발사하면서 ICBM의 발사체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번 발사가 실패했다 해도 북한의 ICBM 발사체 기술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찰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조선중앙TV(2022년 3월 10일) : "군사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지역과 일본지역, 태평양상에서의 미제국주의 침략군대와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 공화국 무력앞에 제공하는데 있다고 하시면서" ]
북한은 지금까지 갖가지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했지만, 미사일로 타격할 지역의 정보는 전혀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주먹'은 갖고 있으나 볼 수 있는 '눈'은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북한은 이제 '눈'을 가질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정찰위성 집념이 상당한 만큼 북한의 정찰위성 확보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 취재 : 안정식 / 영상취재 : 양현철 / 구성 : 전형우 / 편집 : 김복형 / 디자인 : 박수민 / 제작 : 디지털뉴스기획부 )
안정식 북한전문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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