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기록적인 가을 폭우가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수확을 앞둔 농민들은 예상치 못했던 수해에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심경입니다.
김기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비닐하우스 안에 심어진 상추가 생기를 잃은 채 쓰러져 있습니다.
줄기가 그대로 드러났고 윤기가 있어야 할 잎은 물에 잠겼던 탓에 뿌리가 호흡하지 못하면서,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말라갑니다.
앞서 지난주 충남 논산에 250mm가 넘게 내린 폭우에 일대 하우스가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하우스 농가입니다. 흙이 다 마르지 않으면서 발이 푹푹 빠지는데요.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우스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오이 농가에선 파릇해야 할 잎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멀쩡한 오이를 하나라도 찾기 위해 이른 수확에 들어갔습니다.
수확이 조금만 늦어져도 물을 먹은 뿌리가 썩어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영민 / 농민 : 농민 입장에서는 아까워서 이제 당장은 다 죽지 않았으니까 살아있는 것만이라도 이제 수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5일이나 10일 있으면 다 고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줄기에 매달려 있어야 할 멜론이 흙바닥에 나뒹굽니다.
애지중지 키워 온 멜론이지만, 하루 만에 상품성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지난 7월 장마 때도 한 차례 수해를 입었는데 이번 가을 폭우에 또다시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복구하더라도 다른 대체작물을 준비하지 못해 올해 농사는 모두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
[김수완 / 농민 : 오염된 물이기 때문에 멜론이나 수박 뿌리가 먹으면 나중에 죽어요. 죽기 때문에 지금 살아있는 게 살아있는 게 아니에요. 이걸 괜히 살리겠다고 돈 들여봐야 본전도 못 찾아요.]
논이 물에 잠기면서 벼가 힘을 잃고 쓰러져 있습니다.
바로 벼들을 세워줘야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병직 / 농민 : 인력이 없어서 못 세우는 거에요. 또 비가 와서 쓰러지면 손실이 많이 날 거에요. 아마. 못해도 10%, 20% 날 거에요.]
예상치 못한 가을 폭우에 농경지가 침수되면서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YTN 김기수입니다.
촬영기자 : 김경록 권민호
YTN 김기수 (energywate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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