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은 탄핵심판이 시작된 지 111일 만에 나온 결정입니다. 심판정에서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모여 오늘의 역사적인 선고로 이어진 겁니다.
그 결정적인 순간을 연지환 기자가 꼽아 봤습니다.
[기자]
11번의 변론으로 진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재판관 8명은 16명의 증인을 증언대에 세우며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따져왔습니다.
그리고 한 장면, 한 장면이 모여 오늘(4일)의 선고로 이어졌습니다.
이 최종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5가지 장면을 꼽아봤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 변론을 했습니다.
하지만 되레 포고령의 최종 책임자가 윤 전 대통령의 본인이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사실상 승인한 것을 인정한 겁니다.
[윤석열/전 대통령 (지난 1월 23일) : 이건 실현 가능성은, 집행 가능성은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둡시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걸로 기억이 되고. 전공의 이걸 제가 왜 집어넣었냐, 웃으면서 얘기하니 어떤 계고한다는 측면에서 그냥 뒀습니다 해서.]
'계엄 2인자'로 꼽힌 김용현 전 장관은 증인 중 가장 먼저 증언대에 섰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버팀목을 자처하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비상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의 흠결이 확인됐습니다.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윤 대통령이)언제 한다, 시행 지역 어디다, 계엄사령관 누구다, 이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는 겁니다} 계엄 선포문을 제가 다 개별적으로 국무위원들한테 나눠주고 의안으로 했기 때문에 다 알려줬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요. {현장에서 했느냐, 이걸 묻고 있는 겁니다. 현장에서 11명이 모였을 때.} 11명 모였을 때 말씀한 건 제가 못 들었고요.]
계엄 당시 군 사령관들은 윤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을 앞에서 당시의 지시를 흔들림없이 증언했습니다.
[곽종근/전 특수전사령관 : 대통령이 말씀하시는 겁니다. 의결 정족수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윤 전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정으로 부정선거 의혹도 끌고 왔습니다.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건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선관위를 점검했다는 국정원 간부까지 불러냈지만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백종욱/전 국정원 3차장 : 저희 점검팀에서 점검한 부분은 시스템에 국한했기 때문에 부정 선거와 연결되는 부분은 점검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에 대한 점검만 했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부정선거와 같이 전체적으로 보면 안될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탄핵심판을 꿰뚫는 질문은 2024년 대한민국에 도대체 왜 비상계엄이 필요했는가였습니다.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면서까지 말입니다.
재판관들은 이점을 파고 들었습니다.
[이미선/헌법재판관 (지난 1월 23일) : 이 사건 계엄의 목적은 거대 야당의 경종을 울리고 부정 선거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까? 이러한 이유로 비상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죠?]
[정형식/헌법재판관 (지난 1월 23일) : 본청 건물의 문에만 배치를 해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하려고 그랬는데 이게 충돌이 생겨버린 겁니다.} 들어갔으니까 충돌이 생긴 게 아니에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44년 만에 등장한 비상계엄, 그 책임자를 심판대에 세운 석달여 간 시간은 우리 헌정사의 한 단면으로 남게 됐습니다.
연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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