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K클래식의 원년...다큐 <K클래식 제너레이션>까지
빛나는 성과의 이면, 경쟁에 짓눌린 학생들
콩쿠르 성적이 곧 K클래식?...그렇다면 허상에 불과
■ 임윤찬, 최하영, 양인모, 이혁....2022년은 K클래식의 해?
K팝에 이어 K클래식입니다. 세계적인 콩쿠르가 열렸다 하면 한국인이 우승을 차지하는 바람에 생겨난 신조어입니다. 한 번 따져 볼까요? 밴 클라이번의 임윤찬, 퀸 엘리자베스의 최하영, 시벨리우스의 양인모, 롱티보의 이혁 등 2022년에 개최된 국제적인 규모의 콩쿠르들을 한국인들이 휩쓸었습니다. 그냥 입상이 아니라 모두 우승입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와 브람스는 모두 유럽의 작곡가들인데, 유럽에서 한참 떨어진 한국의 연주자들이 그들의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급기야 <K클래식 제너레이션>이란 다큐까지 나왔습니다. 이 다큐를 제작한 벨기에 공영방송(RTBF)의 음악감독 티에리 로로는 그 어떤 국가도 이런 성과를 낼 수 없다며 K클래식을 극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전문가들이 K클래식을 탄생시킨 한국 음악 교육의 경쟁력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 꼬리를 무는 질문들...나도 제2의 임윤찬이 될 수 있을까?
제2의 임윤찬을 꿈꾸고 있는 국내 10대 학생들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K클래식의 주역들이 거쳐 갔다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이란 곳에는 대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으며, 들어가서는 어떤 수업을 받는 걸까요. 그리고 국제 콩쿠르에 참가해 입상하려면 몇 살부터, 하루에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할까요. 입상하면 무조건 새로운 스타가 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국내 음악 교육은 실제로 유럽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요.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국내 언론이 전하는 것처럼 실제로 해외에서도 K클래식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을까요. 국내 음악 교육이 그토록 훌륭한데 왜 한국의 음악도들은 여전히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는 걸까요. 반대로 유럽의 학생들은 왜 한국으로 몰려오지 않는 걸까요.
■ 콩쿠르에 열광하는 사회, 경쟁에 짓눌린 학생들
클래식은 단지 1~200년 전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고루한 음악이 아닙니다. 인류 보편의 정서를 아름답고도 감동적으로 담아낸 덕에 오랜 세월 생명력을 잃지 않은 고전입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이 클래식의 문법인 화성학을 토대로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가장 근본적인 음악이기도 합니다.
이 심오한 음악에 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시도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K클래식 열풍의 이면에는 이 순위에 대한 선망과 열광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치열한 경쟁에 짓눌린 대다수의 평범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잇따른 콩쿠르 우승 소식이 누군가로부터 음악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국인 연주자들의 성적이 K클래식의 전부라면, K클래식은 한때의 허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단호히 말했습니다.
K클래식의 실체는 무엇이고, 이 현상은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가. 한국 음악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시사기획 창>은 K클래식 열풍에 휩쓸리며 잊히기 쉬운,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과감히 던졌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현장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음악가들로부터 그 답을 찾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