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병원 면회금지 반 년...“부모님이 이상해요”
2020년 3월 20일, 코로나 19 사태로 전국 요양병원에 대한 면회금지 조치가 실시된 후 이제 반년이 지났다.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들의 외로움, 고독감은 물론 요양병원에 부모를 모시고 있는 가족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요양병원에 있는 부모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눈물의 국민청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요양병원 면회 금지 부작용’이 그리움 차원의 감정 문제에서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 면회 금지로 못 보는 사이 요양병원에 둔 노부모가 학대를 당했다는 제보가 KBS에 쇄도했다. 욕창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거나, 원인 모를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 심하게는 갑작스런 죽음까지. 제보의 깊이와 양 모두 간과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게 진짜야? 할 정도의 심각한 노인들의 욕창 상태, 노인들의 안전을 위해 시행된 ‘면회 금지’ 그러나 감시의 사각지대가 된 일부 요양병원에서 노인들에 대한 학대에 가까운 간병 부실 실태가 드러났다. 더욱 큰 문제는 ‘고립된 섬 요양병원’에 갇혀 지내는 노인들에게 수많은 항정신병약이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것이다. KBS 카메라에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잠자는 약물’의 실체가 포착된 것. 약물로 환자의 행동을 통제하는 이른바 ‘화학적 구속(Chemical Restraint)’의 현장이었다.
■ <시사기획 창>, 전국 1400여 곳 요양병원의 항정신병약 처방 실태 최초공개!
카메라는 화학적 구속 현장에서 멈추지 않았다. 취재진은 국내 언론 최초로 전국 1400여 개 요양병원의 2019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의 항정신병약 처방 실태 자료를 입수했다. 이 기간, 요양병원 노인 6만 6천여 명에게 FDA에서 위험성을 경고한 12가지 항정신병제 233만 개가 투약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약을 먹은 노인들에 대한 분석 결과였다. 약이 정말 필요한 정신질환자는 3.7%에 불과했고, 치매환자 89%, 심지어 치매도 정신질환도 없는 일반 노인 7.3%에 대해서도 정신병약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들에게 처방된 한 달 평균 정신병약은 35알. 매일같이 정신병약을 먹고 있는 것인데 특히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정신병약 처방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 “나는 죽었다” 방치된 노인들의 외로운 외침
노인들은 고립된 섬에서 ‘나는 죽었다’고 수없이 되뇌며 역설적이게도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 작은 목소리는 취재진이 어렵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코로나19로 잠겨있는 전국 요양병원의 문을 두드린 원동력이 되었다. 팬데믹 위기에서 극적으로 드러난 요양병원의 실상을 4개월간 끈질기게 취재해,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외롭고 고독하게, 원치 않는 약물까지 먹으며 사그라들고 있는 ‘대한민국 노인들의 찌그러진 인권실태’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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