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날 수도, 머무를 수도 없는 사람들
취재진이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 시리아 난민은 모두
680만명으로 전 세계 난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곳은 베이루트 북쪽으로 네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아르살(Arsal) 난민촌이다. 한날
한시에 아들 두 명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 아버지는 폭격에 숨지고 어머니는 자
신을 두고 떠나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수감된
뒤 모든 것을 버리고 레바논으로 도망친 의사에 이르기까지. 사연은 다양하다. 간
절하게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
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가 없다. 심각한 경제 위기에 놓인 레바논 정부는 더 이상 난
민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그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무엇일까?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다른 나라로 떠날 수도, 그렇다고 난민촌에 머무를 수도 없는 삶. 난민들에게
희망은 있는가?
■ 난민은 가짜인가?
취재진은 국내에 살고 있는 시리아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대부분 난민으로 인정받
지 못하고 인도적 체류자 신분으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
받은 사람들은 1년마다 체류허가를 갱신해야하고 단순 노무직에만 취업할 수 있
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이유는 다양하다. 본국의 어려움을 입증하지 못해서, 본
국에서 받은 박해의 이유가 애매해서 등등이다. 시리아인 인도적 체류자들은 이렇
게 말했다. 정말로 어려워서 이 나라에 왔는데 ‘가짜’ 취급을 받는다고. 인간이란 본
래 이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인데, 인간 존재 자체에 가짜가 있을 수 있냐고 반
문했다.
■ 난민은 세금 도둑? 난민이 많아지면 사회가 혼란에 빠질까?
그렇다면 왜 독일은 그토록 이주민에 관용적인가? 취재진은 이민자들을 많이 고용
하고 있는 한 독일 기업 대표와 베를린 주 정부 이민담당관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
다. 각각 이민자와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기업 대표는 철저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유를 찾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데다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독일 내국인을 찾기란 매
우 어렵다는 것이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노동 인력은 줄어든다.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해법은 저임금을 받아들이면서도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젊은
인력-이민자와 난민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베를린 주 정부 담당자는 이렇게 역설했다. “혈통이 민족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느냐가 사회 구성원 여부를 결정한다.”그러면서 다
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가치를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사회일수록 더 많이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전했다. 어떤 연유로든 그들은 난민을 세금 도둑이라
칭하지 않았다. 난민이 많아지면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들에게선 지나친 연민도, 맹목적인 혐오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함께 살수록 독
일은 더 발전할 것이라는 신념과 여유가 있었다.
■ 우리가 갈 길은?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긴 여정을 마친 지금,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나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발
버둥 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 존재의 본성인 것 같다고. 그렇다면 우리 사회도
이런 인간 존재의 본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존재를 품으면서 살아가는 게 더 합리적
이지 않겠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각각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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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손은혜
촬영: 김민준 황종원
영상편집: 김대영
자료조사: 이재승
조연출: 이정윤
방송일시: 2023년 6월 20일(화) 밤10시 KBS1TV/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kbs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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