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쓰는 헬프, 헬퍼라는 말이 있습니다. 헬프(help)는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 온라인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가출 청소년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헬퍼(helper)는 도와주는 사람, 아이들에게 도와줄테니 연락하라는 글을 올리는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밥 사주고 재워줄게, 아무것도 안해도 돼
페이스북이나 X(트위터), 카카오톡 오픈채팅엔 가출 중인 아이들의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할테니 연락하라는 글이 많습니다. 이른바 ‘헬퍼’들은 아이가 몇 살인지, 어느 지역에 있는지, 정말 가출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아이들에게 밥 사주고, 잘 곳을 주는 이 ‘좋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온라인에는 다양한 ‘좋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성관계는 요구하지만 돈을 충분히 주겠다는 사람, 자신은 ‘진짜 믿어도 된다’고 강조하는 사람, 우선 만나서 밥먹으며 얘기부터 하자는 사람,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취재진을 10대 청소년이라 여기고 말을 걸어온 ‘헬퍼’였습니다.
■바라는 게 없지만 감사는 해야지?
취재진이 만난 모든 헬퍼가 ‘돈 줄테니 성관계하자’라고 제안한 건 물론 아닙니다. 정말 밥만 사줄테니 만나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걱정돼서 그러니, 가출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으니 위험해지기 전에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별을 물어보고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대면으로 편의점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줄 경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먹었는지’ 인증하라고 요구합니다. 헬퍼라며 취재진가 대화를 나눈 사람 가운데 그 누구도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 등을 권하거나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난 믿어도 돼
취재진과 대화한 헬퍼들의 공통 질문은 바로 “실종신고 된 거 아니지?”, “엄마, 아빠가 찾고 있어?”입니다. 미성년자를 무단으로 데리고 있으면 안되는 걸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아이들을 임의로 보호하면 ‘실종아동법(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 위반입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무거운 죄입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너를 도와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애들을 재워줬더니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됐다며 한탄하면서도 아이들을 돕겠다고 나섭니다. ‘나쁜 헬퍼들이 많지만 난 믿어도 돼”가 취재진이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폭행, 갈등, 가난 등 다양한 사연을 안고 아이들은 거리로 나옵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들고 힘든 처지를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해야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배울 기회가 없었기에 온라인에서도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자리잡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사주고 싶다며 제발 만나자고 하는 헬퍼(helper)는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 집 앞 공원에 모여 술 마시고 담배 피는 아이들과 대화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놓을까. <시사기획창> 취재진은 어른의 시선에 따라 불량 청소년, 불쌍한 애들, 한심한 애들이 되는 바로 그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아이를 도와주겠다는 정체불명의 어른들을 찾아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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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나쁜 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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