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숨졌다. 골목에서 4시간 동안 300번의 폭행을 당했다. 누구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서울역에서 지내온 여성 노숙인이었다. 대한민국 노숙인 1만 명, 이 중 20% 넘게 차지하고 있는 여성 노숙인들. 가려져 있던 이들의 삶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기로 했다.
■ “남자로 보이고 싶어요”...여성 노숙인과 함께 해보니
<시사기획 창>은 여성 노숙인과 24시간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겪는 상황을 직접 보고 듣기로 했다.
거리에는, 여성 노숙인들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성폭력, 폭행, 폭언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 ‘숨어’있기 때문이었다. ‘남자’로 보이기 위해 아예 머리를 삭발한 경우도 있었다. 여성 노숙인 대다수는 서울역 지하나 광장에서도 오래 머무르지 못한 채, 안전하게 잘 곳을 찾아다니기 바빴다.
숨어 지내는 공중화장실도 안전하진 않았다. 밤새 남성들이 드나들며 ‘돈을 주겠다’며 추근댔다. 그나마 이 공간에서 지내는 걸 들키면, 쫓겨나기 일쑤였다. 노숙인 지원 시설이 있지만, ‘남성’이 대부분 머물고 있는 시설에 이들은 들어가기를 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