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겨우 30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전 세계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은 더 이상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우리가 나무를 베고 산과 바다를 훼손해도 지구 시스템은 자체 회복력으로 버티기 때문에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 회복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질병, 폭염, 홍수와 같은 문제들은 서로 연결돼 있고, 어느 순간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경고를 지구가 소리 없이 내뱉고 있다.
1. 2050 거주불능지구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30년 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2℃ 넘게 오른다. 적도 부근 주요 도시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되고, 식량난에 따른 내전 등으로 1억 4천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한다. 해수면 상승과 집중호우가 겹치면서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 인도 캘커타 등이 물에 잠기고, 부산과 인천 등 주요 해안도시에서도 4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 혹시 과장은 아닐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매년 과학자 수백 명이 합의한 예측 보고서를 낸다. 지난 30년간 이 예측은 얼마나 들어맞았을까? KBS 취재진이 전문가들과 함께 확인해봤다.
2. 2020 재난의 해
‘재난의 해’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쳤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남한 면적의 20%를 태웠고, 호주 산불 피해 면적은 남한보다 컸다. 일본 구마모토 지역이 물에 잠겨 80여 명이 숨졌고, 중국에선 홍수 피해로 6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국도 54일 간의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신음했다. 과학자들은 이들 모두 인간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강조한다.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면서 질병이 확산됐고, 이상 고온은 산불을 불렀다. 해수면 상승은 집중호우와 태풍의 원인이 됐다.
3. 극지방에 무슨 일이?
한반도 장마 직후인 8월 하순, KBS는 모스크바 현지 취재진을 시베리아 극지방으로 급파했다. 끝없이 펼쳐진 동토의 초원, 이곳의 순록들이 다리를 절고 있다. 눈길을 달리던 스노모빌은 풀에 걸려 멈춰서고, 화산 분화구 같이 팬 땅에선 메탄가스가 솟아나온다. 탄저균이 되살아나 20명이 감염되고, 순록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게 불과 4년 전이었다. 올해 한반도 이상 기후의 직접적 원인이 된 시베리아. 이곳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4. 아열대 기후, 한반도 턱밑까지
KBS 취재진은 제주 바다 산호 군락지를 직접 살펴봤다. 산호는 환경이 변해도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없기에 바다의 변화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동물. 제주 바다의 터줏대감 산호들도 아열대 종으로 바뀌고 있다. 산호초와 함께 사는 생물들은 전체 해양생물의 25%다. 산호가 사라지면 생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고, 해양 생태계는 급격히 변화한다. 지난 50년간 우리 바다의 표면수온은 섭씨 1.2도 상승했다.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취재 도중 희귀한 바다생물도 발견했다. 아열대 지역에서 사는 이 생물은 한반도 턱밑까지 올라와 꿈틀대고 있었다.
5. 미래 세대의 외침
기후위기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는 건 바로 미래 세대다. 9월의 마지막 금요일. 전 세계 기후행동의 날에 수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았다. 위험해져만 가는 지구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움직였다. 더없이 큰 숙제를 짊어져야 할 이들. 미래 세대는 외치고 있다. “이 땅에서 살아남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