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을 닮은 난민, 달을 닮은 아이들
우리 눈에 보이는 달은 본래 모습의 반쪽에 불과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달은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선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 뒷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게 되었죠. 달 토끼가 산다거나 나치의 비밀기지가 있다거나 하면서요.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이번 아이템을 준비하며, 저는 한국 사회의 난민이 달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달에 대해 인류가 그러했듯,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사실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하고요.
■ 테러리스트 VS 불쌍한 이웃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배척하거나 연민하거나. 테러리스트거나 불쌍한 이웃이거나. 저는 둘 다 우리 사회의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난민을 더 많이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더 엄격히 제한할 것인가. 난민 문제는 다층적입니다. 다만 그 복잡다단한 논의의 출발점만큼은 명확합니다. 색안경을 벗고 난민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난민 다큐하면 에이, 또 난민이야 할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난민 청소년 4명, 한국 청소년 3명의 우당탕 좌충우돌 영화 제작기, 그래서 나왔습니다.
■ 제8회 난민영화제 특별상영작 도움의 색깔
고등학생 영호는 한국인이지만 발음이 어눌합니다. 반면 맥스는 난민이지만 한국말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인싸 맥스는 아싸 영호를 도우려 하지만, 영호는 맥스의 도움을 거절합니다.
- 영화 <도움의 색깔> 시놉시스 中
아이들과 시사기획 창 제작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 모두가 좋은 기획 의도지만 그게 되겠느냐고 했습니다. 나이도, 태어난 곳도, 사는 곳도 다른 7명의 아이들, 당연히 모두가 봉준호인 것도 아닙니다.
시나리오부터 연기, 촬영 그리고 편집까지 모두 아이들이 직접 했습니다. 뉴스에서만 난민을 봐온 아이들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인 첫날 곧바로 알았다고 했습니다. 아 나와 다르지 않구나. 우리 사회의 난민 문제를 풀 열쇠도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만든 영화 도움의 색깔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제8회 난민영화제의 특별상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
달의 기원에 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대충돌설입니다.
테이아라 불리는 거대한 행성이 지구와 부딪히며 파편이 떨어져 나왔고, 그 조각들이 한데 모여 지금의 달이 됐다는 겁니다. 지구의 일부였던 달의 입장에선 분명 크나큰 시련이었겠죠.
난민의 삶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들의 삶이 궤도를 벗어난 건 당사자의 뜻과는 무관합니다. 분쟁과 박해, 예고 없이 찾아온 이 평범치 않은 충돌을 마주하기 전에 이들의 삶은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배우이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정우성 씨도 저서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민 역시 우리와 닮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며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이라고요.
한때 지구와 하나였으나 지금은 우주의 천체가 되어 지구의 밤을 밝히는 달처럼, 우리 곁의 난민을 있는 그대로, 그저 평범한 이웃으로 편견 없이 바라본다면, 우리의 밤도 지금보다 더 환해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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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 강나루
촬영기자 : 이재섭
영상편집 : 성동혁
조연출 : 이종현, 진의선
CG : 서동주, 안승배
방송일시 : KBS 1TV 2023년 6월 13일(화) 밤 10시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kbs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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