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의 공개 게시판에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충북대 약학대학의 박일영 교수.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방사성의약품학을 공부하고 강의한 국내 전문가입니다.
충북대 약대 학장을 지낸 박 교수는 현재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글에서 "오염수를 처리한 뒤 삼중수소를 방류농도인 1리터당 1천5백 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한다면, 이 물 1리터를 마시더라도 내가 받는 실효 선량은 0.000027밀리시버트"라며 "이는 바나나 1개를 먹을 때 받는 실효선량 0.0001밀리시버트의 약 4분의 1"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후쿠시마 오염수 전체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양에 대해서도 "북태평양 바닷물에 희석돼 우리나라 근해로 돌아올 때의 농도라면 평생 마셔도 문제가 없다"며 "사람은 이미 그보다 높은 방사선량이 포함된 음식물을 매일 먹고 마시며 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다만 "주변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해서 담배꽁초 하나를 더 버리는 게 권장할 일은 아니듯, 오염수 방류에 박수칠 일은 아니"라면서도 "저지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도 없이 반대를 위한 과장된 공포를 유발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세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제반 시험성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시료 직접 채취를 허용해 이중 확인이 가능하게 해야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요구를 관철해 국민 불안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글에는 다른 회원들도 댓글을 달아 "너무 쉽게 마셔도 된다고 단언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거나 "한 가지만 생각하고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지 못하는 과학자의 오류를 범한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 ALPS로 처리한 물을 마시겠다고 발언한 바 있지만, 국내 학자가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공언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박 교수는 처리된 오염수를 방류 농도에 해당하는 487배 분량의 맑은 물에 희석할 경우 마시겠다고 한 것이어서 오염수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영국 교수의 발언과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음용수 기준의 62배가 넘는 만큼 상시 음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곽동건 기자(kwa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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