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에서 최근 '아빠 찬스' 채용 비리 의혹이 무더기로 불거졌죠.
공정을 생명으로 하는 선관위까지 이 지경이라는 현실에 국민들의 충격이 큰데요.
그만큼 이 채용 비리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병폐라는 의미일 겁니다.
과거에 어땠는지 살펴볼까요.
13년 전 이명박 정권 시절 외교부 홈페이지입니다.
게시판에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장관은 사퇴하라는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접속자가 폭주해 홈페이지는 마비됐습니다.
외교장관 딸의 파렴치한 채용비리가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명환 외교장관의 딸은 아버지가 차관 시절 5급 사무관에 특별 채용됐습니다.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1명을 뽑았는데, 외교부 관료 출신 심사위원들은 그녀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몰아줬습니다.
심지어 장관의 딸은 1차 서류 심사에서도 탈락 대상이었습니다.
유효기간이 만료된 외국어 시험 증명서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교부는 다른 지원자까지 모두 탈락시키기고 다시 채용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처음부터 오직 한 명만을 위한 '아빠 찬스' 채용이었던 겁니다.
[유명환/외교통상부 장관 (지난 2010년) : 자식이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응모하여 채용되는 것은 특혜 의혹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딸의 특혜 채용을 부인하던 외교장관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사퇴했습니다.
7년 뒤인 2013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터졌습니다.
당시 강원랜드 합격자 518명 가운데 무려 95%에 달하는 493명이 청탁을 통해 합격한 걸로 드러난 겁니다.
청탁자들은 국회의원, 공무원, 강원랜드 임원, 지역 유지까지 인연과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전부 청탁한 듯했습니다.
결국 강원랜드 측은 점수 조작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확인된 226명을 퇴출 시켰습니다.
[전제구/산업통상자원부 감사담당관 (지난 2018년) : 사회정의 회복, 공공기관 채용제도의 신뢰성 회복과 같은 측면의 공익적 목적이 그 이익(부정합격자의 사익)보다는 크기 때문에 그분들(부정합격자)을 불가피하게 퇴출하게 된 겁니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금융감독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2014년과 2016년 연이어 채용비리가 드러난 겁니다.
청탁받은 응시자가 필기시험에 탈락하면, 합격 정원을 조금 늘려 구제한 뒤, 면접 점수를 높게 줘 합격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은행을 감독 관리하는 금감원이 이랬으니 민간 은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모두 청탁에 의한 특혜 채용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채용비리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으니 상식적으로 처벌강화 같은 대책이 마련될만하죠
그런데 현행법상 채용비리 범죄만 따로 처벌할 법조차 없는게 지금 현실입니다.
그래서 채용비리에 연루된 경우 대부분 업무방해죄가 적용됩니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아빠 찬스에 밀려난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마땅찮은 건 물론이고 부정 청탁으로 합격한 당사자가 청탁 사실을 몰랐다고 잡아떼면 현실적으로 해고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피해자 구제, 부정합격자 처벌을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는데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류호정/정의당 의원 (지난달 3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도대체 왜 이 법안이 어떻게 반드시 채용 비리를 저질러야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은 이상은 통과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 안 될까를 생각해 보니까 국회의원도 갑 내지 을에 해당하는 거예요. 이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상실감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서 공감이 잘 서지 않아서 우선순위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이번 일 계기로 채용비리처벌법도 같이 논의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선관위 특혜 채용 의혹에 국민 공분이 거세지자 정부와 여당도 채용 비리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정채용법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연남 기자 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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