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CEO 풍향계의 첫 장을 장식한 인물,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입니다.
이제 '위기의 삼성'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상황인데, 최근 임원들을 향해 '신상필벌' 원칙을 재확인하며 고강도 채찍을 들었습니다.
이 회장의 지적, 하나부터 열까지 경영진이 뼈아프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주문이었습니다.
우선 반도체, 가전 등 각 주요 사업부를 콕 짚어가며 위기의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모든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질타한 겁니다.
이 회장은 "1999년 미국 다우지수를 구성했던 30개 기업 중 24곳이 이미 사라졌다"면서 삼성도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즉 생존이 달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정신으로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 이같이 적힌 수료패도 나눠줬는데, 과거 삼성 임원들이 회식자리에서 즐겨 쓰던 건배사로 알려져있습니다.
과거 영광의 삼성으로 돌아가려면 모두가 '당장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거겠죠.
이번 메시지,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선대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준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습니다.
시장이 가장 궁금해 하는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회장 뿐일텐데 말입니다.
다음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입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김 회장이 사재를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책임론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반응은 차갑기만 한 모습입니다.
일단 기업을 인수해 부실을 덜어내고 보다 높은 가치로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사모펀드의 일이죠.
그런데 경영에 차질을 빚었다고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아무래도 고려아연 인수 등 진행중인 다른 일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들끓는 여론, 무시할 수 없었겠죠.
그런데 그 시점이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 검사에 착수하고, 정치권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이뤄진 점이 눈에 띕니다.
여기에 금액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점, 장기적 정상화 방안은 없다는 점에서 당장의 사회적 비난을 피할 면피용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홈플러스 기자회견이라든지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 해외 출장을 이유로 들어 불참한 것도 결국 책임지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보는 시선도 있는 거겠죠.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 2만명에 달하는 수많은 직원들은 어떻게 될까요.
또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요.
이런 와중에 김광일 MBK부회장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를 그것도 여러대 보유하고 있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영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상화하려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하고, 그러려면 구체적인 자금 출연 계획과 액수,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살펴볼 CEO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입니다.
과도한 상술, 가짜 국산된장 논란에 이어 직원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그야말로 점입가경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더본코리아의 각종 논란을 살펴보면, 원산지 표시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농지법 위반 등 각종 법을 어겼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원산지 표기 문제로는 백 대표가 형사 입건되기도 했죠.
여기에 빽햄과 감귤맥주 함량 논란에 밀키트 원산지 혼동 등 구설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새마을식당 점주들로 구성된 온라인 카페에서 '직원 블랙리스트'를 운용했다는 의혹을 저희 연합뉴스TV가 단독으로 보도해드리기도 했죠.
한 점주의 요구로 직원에 대한 고충을 교류하는 게시판을 만들었다는 건데,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전통 제조방식으로 만들었다는 된장은 수입 메주와 콩을 썼고, 낙지볶음은 국내산이라는 표기와 다르게 중국산 마늘을 써왔습니다.
네, 사업하다보면 실수할 수 있습니다.
인정하고 책임지면 됩니다.
그런데 이건 먹거리죠.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안된다던 본인의 말과 너무 다르잖습니까.
TV에서 식당 사장님들에게 따끔한 훈계를 했던 방송인 백종원, 그리고 사업가 백종원간에 괴리가 너무 크니 소비자들은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겠죠.
사업가 백 대표님,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피해는 본인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생계형 점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CEO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면서 경영에 먹구름이 낀 모습입니다.
우리금융은 이번 평가에서 직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전체 15개 등급 중 1단계가 떨어졌습니다.
금감원이 살펴보니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평가한 건데요.
특히 2천억원대 부당대출 사고 이후 보고·수습 단계에서 내부통제가 실패했다고 봤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021년 평가 점수가 이미 등급 하한선에 많이 근접해있어서 사소한 요인에도 떨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검사 결과에 대해 '매운맛'을 예고한 만큼 결론을 이미 내놓고 졸속으로 심사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임 회장이 총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동양·ABL생명의 인수 합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2등급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다만 지난 2004년에 LG투자증권을 편입할때 그랬듯 조건부 승인을 점치는 시각도 있습니다.
임 회장이 단임으로 끝날지 3년을 더 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것 못지않게 해야할 것이 기강 바로잡기와 내부통제 강화, 또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의 투명화일 겁니다.
이를 통해 역시나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이번주 CEO 풍향계에는 유독 고객과 시장의 신뢰, 오너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고객은 품질만큼이나 회사, 특히 CEO의 이미지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죠.
제품을 구입할 고객이 없다면, 기업도 없습니다.
CEO 여러분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국민들과 함께 저희 CEO풍향계도 더욱 예의주시하겠습니다.
이번주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성승환 기자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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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환(ssh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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