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박정현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우리의 첨단 의료기기 산업은 'K-의료'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미래 유망 사업으로 꼽히며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앵커]
특히 최근 로봇 수술 분야 등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2차 전지와 같은 수출 전략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데요.
첨단 기술마다 벌어지는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피해, K-의료 산업에 로봇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왜 자꾸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걸까요?
이 사건 단독 취재한 사회부 박정현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앵커]
그러니까 이제는 K-의료까지 넘본다, 이런 얘기인데 과거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기술이 대상이었거든요. 기술유출 피해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 논란을 이해하기 전에 의료로봇 분야가 어떤 기술입니까?
[기자]
의료로봇 기술은 발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로 세계 각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의 경우 병변의 복잡성과 다양성으로 인해 시술이 매우 까다로운데 이 로봇은 숙련된 시술자의 동작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독일 등 아주 소수의 국가에서만 해당 기술을 보유했을 정도로 희소성 있었고 이에 반해 중국은 수년 뒤처졌던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일로 우리 연구진이 10년에 가까운 개발 끝에 만들어낸 로봇의 설계 도면이 단숨에 중국에 넘어가게 된 겁니다.
[앵커]
빼돌린 자료들을 넘기게 된 경위가 앞서 리포트로도 봤지만 중국의 인재 영입 프로젝트 '천인 계획'입니다.
이 천인 계획이 무엇인지, 또 유출된 기술이 어디까지 흘러갔는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첨단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재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천인 계획'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인 계획에 선정될 경우, 일정 기간을 중국에 체류하며 현지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이때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비롯한 각종 혜택도 지원받게 됩니다.
그러나 천인 계획이 공동 연구를 빌미로 해외 첨단 기술을 손쉽게 흡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도 지난 2017년 카이스트 교수가 자동차 자율주행과 관련된 핵심 기술을이 천인 계획에 넘긴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로 중국은 현재 천인 계획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하지만 취재진이 과거 천인 계획에 참여했던 다수 연구진을 만나본 결과 여전히 국내에서도 천인 계획의 인재 영입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이번 사건처럼 해당 연구원은 빼돌린 자료로 천인 계획의 지원을 받아 중국 내 법인을 세우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행히 법인 설립 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에 덜미를 잡히며,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향후 유출된 자료가 중국 내 어디까지 흘러갔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천인계획의 본심은 기술 탈취로 의심된다. 다행히 법인 설립 전에 막을 수가 있었는데 이렇게 기술 경쟁이 격화하면서 해외 유출 사건이 심심치 않게 저희가 보도도 하고 그렇거든요. 어떤 사례가 있죠?
[기자]
앞서 지난해 5월에도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에서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가로챈 연구원들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지난 5년 사이 국가정보원이 잡아낸 것만 93건에 달합니다.
유출된 기술의 값어치는 25조 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유출 사례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국가 핵심 기술'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2차 전지 같은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왜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걸까요?
[기자]
어떻게 보면,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탐낼 만한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관리 체계가 부실해 기술을 빼돌리기 쉽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 내에 산업 기술 보안을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유출된 로봇 기술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같이 국가 핵심 기술에도 아직 포함되지 않는지라 산업기술보호법을 적용받기도 어렵습니다.
경찰은 우선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유출 혐의를 적용해서 넘겼는데요.
산업기술보호법 적용 여부를 판가름 받기 위해 산업부에 문의를 넣어놓은 상태입니다.
만일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고영업비밀 유출에만 해당한다면 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래서 대책이 관건으로 보이고 중요할 것 같은데 솜방망이 처벌 역시 이렇게 기술유출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꼽힌다고요?
[기자]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 전체 82건가운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비율은 37%에 달합니다.
일반 사건 무죄 선고율이 1% 내외인 점과 견주어 봤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인데요.
그나마 유죄 판결받은 52건도 실형은 단 8건에 그쳤고,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미국이나 대만 같은 경우에는 국가 전략기술을 유출하면 간첩죄 수준으로 가중 처벌도 하고 있는데 이와는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앵커]
기술 유출하게 되면 기업도 수십억에서 수백억 대 피해를 입기도 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피해일 텐데 이처럼 처벌이 약한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말씀하신 것처럼 관련 법의 처벌 조항은 강화된 상황인데요.
하지만 실제 법관이 선고를 내릴 때 참고하는 양형 기준은 6년째 그대로인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법정형과 양형 기준 사이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는 건데요.
산업기술보호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모두 최고형이 징역 15년입니다.
하지만 양형 기준은 해외 유출 시 기본 1년에서 3년 6개월, 계획, 조직 범행으로 가중 처벌되더라도 최고 6년형에 지나지 않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가치를 산출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한 신기술이거나, 아직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기 전 단계에서 적발됐다면 손해 금액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해외에 기술을 넘겨도 돈을 벌고,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식의 인식도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 지적과 비판을 정부도 듣고 있겠죠. 고민이 있을 텐데 어떻게 대책이 마련되고 있습니까?
[기자]
반복되는 유출 문제에 정부도 칼을 빼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발명의날 축사에서 기술 유출 같은 침해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을 예고했습니다.
지난달 26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국가첨단전략선업위원회에서는 첨단전략산업 보호를 위해 국가 핵심 기술 범위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반도체, 2차 전지, 디스플레이에 이어 우선 바이오가 먼저 포함됐고요.
추후에 이번 유출사례와 같은 로봇 등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술 수출이나 이전 또는 해외 M&A 시 심의절차를 적용하고, 전문 인력의 해외 기업 이직을 제한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습니다.
특허청이나 산업부, 검찰 등 관계기관은 아까 말씀드린 양형 기준의 강화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아까 정부 안에 컨트롤타워도 없다고 했고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라고 했거든요.
박정현 기자가 취재한 내용만 봐도 허점들이 보이는데. 국가 경쟁력과 연결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 대책을 지켜보겠습니다.
사회부 박정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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